2009년 06월 25일
핵심은 비껴가는 곽승준 - 정두언 교육 개혁안
한국의 교육개혁이 매번 실패하는 까닭은 매번 '입시개혁'에만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현실의 가장 큰 문제는 단연 과도한 사교육 열풍이다. 한국에서 사교육 열풍은 부동산문제와 더불어 민생경제를 위협하는 대표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학생들의 학업부담이 극심해진다는 점과 더불어. '시험만을 노린 획일적 교육'이라는 면에서도 문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교육 열풍의 근본적 원인은 단지 몇몇 대학의 입시제도 때문이 아니다. 소수의 명문대학에 가야만 한다는 목표가 바뀌지 않는 이상 과도한 경쟁은 멈출 수 없다. 이러한 학벌구조를 가만두고 입시개혁에만 치중하는 것은 결국 입시 수단의 '다양화'에 지나지 않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교육 '목표의 다양화'다.
'곽승준-정두언' 개혁안도 전혀 다르지 않다. 문제의 핵심을 전혀 관통하지 못하는 대책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된 내용을 살펴보자면 △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 △ 고교 입시 절대평가 전환 △ 외고 입시 내신 폐지 △ 외고 입시 학교장 추천제 폐지 △ 문,이과, 예체능 계열별로 대학 전공에 상관없는 과목의 내신 반영 및 수능 과목 제외 △ 방과 후 학교의 위탁경영 강화 △ 불법과외 포상신고제 등이다. 이 중에서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인수위 시절 제한 풀려고 하다가 난리가 난 정책이기도 하다. 외고 수요가 높은데, 외고 입시안 개혁은 의미가 없다. 내신과 학교장 추천제가 폐지된다면 외고 독자 시험으로 선발할 수밖에 없고, 내신 사교육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외고입시전문 사교육이 성황을 이룰 뿐이다. 당장의 조치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외고 인가 취소 및 외고에 유리하지 않는 쪽으로의 대입개혁이 더 낫다.
이번 개혁안은 또한 '사교육 경감'을 목표한다면서 공교육의 '입시지향'적 성격을 도리어 강화시키는 모순을 드러낸다. 내신의 기본 취지는 "성실한 학교생활"에 대한 보상이다. 절대적 지식량만을 평가하고 싶다면 내신보다는 일제고사 쪽이 더 유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내신을 반영하게 하는 것은 지식전수 뿐 아니라 노력과 성실함과 같은 인성적 가치 역시 중요한 교육 목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내신제도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볼 수는 없다. 사실 대부분 대입에서 무력화됐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신의 취지가 무색해진 근본적 이유 역시 과도한 입시경쟁 때문이다.
그런데 곽승준-정두언 개혁안은 이 모순에 대해, 학벌사회를 손질하는 것이 아니라, 내신을 손질한다. 대학입시와 무관한 공부의 가치를 교육당국 스스로 평가절하함으로써,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학교 현장을 입시전쟁터로 공인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일본의 "여유교육" 실패에서 보듯, 학벌구조가 엄연한데, 입시과목을 축소해봤자 대학생 수준만 떨어지지 학업부담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10년 전에도 음악, 미술, 가정 등 입시와 무관한 시간, 국영수 자습이 벌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현실이 그러할지라도 최소한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은 하고 있어야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이번 교육안이 위험한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정부는 사교육 경감을 말하면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부정한다.
이명박 정부가 미워서 하는 짓마다 사사건건 꼬투리 잡으려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부나 교육문제에 관해서는 골치를 썩였다. 그만큼 한국의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건 쉽지 않음은 안다. 그런데 이 정부만의 심각한 문제는 사교육 경감대책을 말하면서, 그와 전혀 반대방향을 향하는 자신들의 교육관을 그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중을 도입하면서 외고입시로 대체 사교육을 어떻게 잡겠다는 것인가. 결국 사교육 대신 눈에 보이는 사교육 업체를 잡겠다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어 보인다. 변죽만 울리는 개혁은 의도와는 다르게 상황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한 때 교육개혁의 주된 쟁점은 대입제도 개선안이었다. 물론 이는 피상적 해결책이었다. 그런데 이제 피상적 해결책 중에서도 "고입제도"를 논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봐야만 한다.
고1 어쩌면 마지막 그림 (한겨레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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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6/25 02:24 | 우리시대 | 트랙백 | 덧글(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