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에 빠졌던 경험이 있냐고 묻는다면 수습기자 첫 1,2주차. G20 포스터 쥐그림 낙서한 애들 구속영장 청구했다는 거 보고한 이후. 일진인 바이스의 감 덕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여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큰 기사 내고 후폭풍에 극심하게 시달렸다. 그리고 사실 아직 잘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자동 수도꼭지.
담당 형사는 잘못이 없었다. 그는 단순한 재물손괴로 넣으려 했지만 어느 순간에서인가 위에서 압력이 들어왔다. 최소 남대문경찰서장은 100% 관련이 있고, 그 위의 검찰, 청와대. 여하간 위로부터 조직한 사건 덕에 이는 공안 사건이 될 뻔 했으나 언론이 터뜨린 덕에 쥐 그림단 수사는 굉장히 여론 눈치보이는 일이 됐고
담당 형사는 박살이 났다. 아니 담당한 형사 3팀 전체. 승진에 100% 불이익이 있을 것이고, 형사과장과 서장에게 불려가 엄청난 문책을 당했을 것이며. 그 외에 상상할 수 없는 괴로움이 가득한지. 나를 마주치자마자 몸 전체를 홱 돌려버렸다. 아니 남대문경찰서 형사, 수사팀 전체가 한 달 내내 나에게 입을 닫고 증오의 눈으로 쳐다봤다.
서울중앙지검 강수잔나 검사는 아무런 타격도 안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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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경찰인 터라 내 시선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기자가 되서 보니 경찰조직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조직이다. 그리고 민주화되면서 빠르게 문제를 개선해가는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아니 주목조차 받지 않고 있다.
에펠탑식 조직. 타 공무원들과 달리 9급체계가 아닌 11급 체계의 조직. 승진하기가 무척 힘들다. 공무원들에게는 금전 대신 내부 승진만이 인센티브로 제공된다. 그래야 이윤논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승진이 지독하게 어려운 조직이라면?
경찰 내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찰 수뇌부들은 결코 자신의 부하들을 감싸주지 않는다. 그렇게 힘들게 출세한 자리 지키려들며, 어떻게든 더 위로 출세하기 위해, 오히려 부하직원들 조인트 까고 기자에게 굽신거린다. 기자는 그 점을 이용해서 기사를 캐낸다. 선배들도 그걸 잘 활용하라 가르친다.
이런 환경에서 일선 경찰이 자부심을 가질 턱이 없다. 승진도 포기하고 금전적 인센티브도 없고 자부심도 없는 조직의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뭐가 있겠는가. 자기보다 약자에게 권력의 힘을 보여주면서 위안으로 삼고 살아가거나,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서 기자들의 비웃음을 사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누군가는 자식의 출세를 통한 대리만족을 꿈꿀지도 모르지. 딸이 국제중 다닌다고 자랑하던 용산서 형사 3팀 그 사람처럼. 내가 26년간 본 어느 사람처럼.
지금과 같은 취재관행을 지속한다고 가정한다면, 경찰 조직의 선진화는 기자들에게는 오히려 재앙일 것이다. 따라서 언론은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 현 시스템을 유지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내가 가장 개선하고 싶었던 현실을 바탕삼아 취재를 하고 있다.
그 때문에 괴롭다. 일을 잘하다가 못하다가, 아침에는 일 정말 못하다가 저녁에는 또 한 건 하다가, 굉장히 들쭉날쭉 이상한 녀석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어쩌면 경찰 내부의 약점을 잡고 흔드는데 익숙해지는지도 모르겠다. 독약으로 독약을 내모는 기분이다.
부하들을 감싸고 자부심을 키워줄 줄 아는 흔치 않은 사람. 중부경찰서 수사과장. 그 사람이 정말 출세 코스를 타기 바란다.
기자되기의 괴로움을 솔직하게 말하는 선배가 있다. 미친듯이 쪼여도 나는 그를 좋아한다. 그가 있어서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