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4일
화두 - "레포트 월드"나 "해피캠퍼스"에 관하여
내일 시험에다 A4 다섯장 짜리 레포트를 하나 써 내야하는데 이러고 있는데 정말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궁금한 문제라 한 번 던져본다. 여러분같으면 어떤 판단을 내리겠는가.
"레포트월드"나 "해피캠퍼스"라는 사이트들이 있다. 대학생들의 레포트를 올려놓은 사이트다. 여기에 등록된 레포트를 보려면 회원가입을 하고 돈을 내야 한다. 가격은 대충 1000원정도인데 희귀하면서도 어려운 주제인 경우는 더 올라간다고 한다. 여기서도 학벌은 '상표'다라는 논리가 반영되어 서울대생들의 레포트는 더 쳐준다고 한다.-.-;
소위말하는 "지식시장"을 열었다고 하는 것인데 대학생들의 레포트 베껴내기, 혹은 대리제출의 온상이 되고 있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대학 문화중 하나다. 도의적으로 보면 일단 즐~(-_-)ㅗ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지식시장은 시장경제의 영역에서 별 문제가 없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사적 거래" 인 탓이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 이루어진 사적자치 이상의 실현인 셈이다. 나름 지적재산권도 보호하고 있다.-_-; 해피캠퍼스 운영자는 이렇게 말한다. "학생들이 레포트를 사다가 반드시 베껴내는 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자신의 좋은 레포트를 위해 참고자료로 쓰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수요가 있기에 공급하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실 이 논리가 약간은 공감이 갔던 적이 있다. 가령 '울리히 벡의 <지구화의 길>은 위험사회론에서 보여준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한다'라고 레포트를 쓴다고 하자. 이 때 위험사회론이 뭔지는 딱 세줄 정도 짤막하게 언급된다. 그러니 그 세줄을 위해 몇백페이지의 위험사회론을 읽는 것보다, 위험사회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한 레포트가 있으면 그것을 보고 쓰고 싶기 마련이다. 그러나 돈도 아깝고, 학문하는 태도도 아닌 거 같아 우리 힘으로 하기는 했다만...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누군가의 논문을 보고 레포트를 낸다. 하버마스를 직접 읽지 않아도, 하버마스의 공론장에 대해 해석한 논문을 참조하여 자기 레포트를 쓴다. 가끔은 해피캠퍼스와 동일한 형식으로 네이버나 KISS에서 사서 본다....(요즘 우리학교가 재계약을 안 해서 무료 다운로드를 못 하는 상황) 그럼 그 사람들의 논문을 참고하는 것은 공부고, 남이 쓴 레포트를 참고하는 것은 공부가 아닌가? 흐음.ㅡㅡ 이 경우 원전을 읽고 안 읽고의 수준차이를 논할 수 있겠지만 '도덕적' 비판의 대상은 안 되는 거 같다.
그러나 레포트월드나 해피캠퍼스는 레포트 대리제출 혹은 베끼기를 편하게 해 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의도야 어쨌건 결과는 나쁘게 쓰인다. 나쁜 이유는 학문하는 사람의 태도와 정직성이라는 '도의적' 문제와, 다른 학생과의 비교에서 '공정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란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또한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거래를 원천 봉쇄할 수 있을까. 저명 학자의 논문을 읽고도 주석 안 달고 그대로 베껴낼 수도 있다. 얼마나 베껴낼 지는 필연성이라기보다 확률의 문제 수준이다. 안 좋게 쓰일 확률이 높다고 시장을 원천 봉쇄할 수 있을까...
어쨌든 그러면 레포트를 사서 베껴내는 사람이 나쁘지 레포트를 제공하고 시장을 마련한 사람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제공물이 어떻게 쓰일 줄은 알지만 '결과는 책임질 수 없는' 레포트 제공자들은 비난에서 원천적으로 피해갈 수 있는것인가. 어떤 시장으로 인해 사회 어느 곳이 잘못되는 것이 수요자의 탓으로 돌리는 건 무리가 있어보인다. 하다못해 그렇게 따지면 마약도 의약용으로 쓸 수 있는데 일부 수요자의 탓인 거잖아. 그러나 레포트 월드와 지식시장의 구분이 '베껴낼 가능성'으로만 결정된다는 문제가 남는다.
'레포트월드'나 '해피캠퍼스'에 대한 법적 금지를 떠나서, 그곳을 이용하는(레포트를 올려서 돈을 버는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사람들에게 적용할 비판의 규범을 생각해보다 이런 고민에 빠졌다. 아아 ..ㅠㅠ OTL
결론은 시장경제(알겠지만 이게 곧 자본주의는 아니다.)의 틀 안에서는 뭔가 비판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시장경제의 법 수업을 다시 들어서 질문하고 싶군..(재수강은 불가능함 ㅋㅋㅋ) 그렇다면 시장경제 밖에서 비판을 제기해야 한다는 말인데... 어쨌든 지금은 레포트를 써야하니 답은 나중에 올리겠다. 으으 동방견문록ㅠㅠ
"레포트월드"나 "해피캠퍼스"라는 사이트들이 있다. 대학생들의 레포트를 올려놓은 사이트다. 여기에 등록된 레포트를 보려면 회원가입을 하고 돈을 내야 한다. 가격은 대충 1000원정도인데 희귀하면서도 어려운 주제인 경우는 더 올라간다고 한다. 여기서도 학벌은 '상표'다라는 논리가 반영되어 서울대생들의 레포트는 더 쳐준다고 한다.-.-;
소위말하는 "지식시장"을 열었다고 하는 것인데 대학생들의 레포트 베껴내기, 혹은 대리제출의 온상이 되고 있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대학 문화중 하나다. 도의적으로 보면 일단 즐~(-_-)ㅗ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지식시장은 시장경제의 영역에서 별 문제가 없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사적 거래" 인 탓이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 이루어진 사적자치 이상의 실현인 셈이다. 나름 지적재산권도 보호하고 있다.-_-; 해피캠퍼스 운영자는 이렇게 말한다. "학생들이 레포트를 사다가 반드시 베껴내는 것만은 아니다. 나름대로 자신의 좋은 레포트를 위해 참고자료로 쓰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수요가 있기에 공급하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실 이 논리가 약간은 공감이 갔던 적이 있다. 가령 '울리히 벡의 <지구화의 길>은 위험사회론에서 보여준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한다'라고 레포트를 쓴다고 하자. 이 때 위험사회론이 뭔지는 딱 세줄 정도 짤막하게 언급된다. 그러니 그 세줄을 위해 몇백페이지의 위험사회론을 읽는 것보다, 위험사회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한 레포트가 있으면 그것을 보고 쓰고 싶기 마련이다. 그러나 돈도 아깝고, 학문하는 태도도 아닌 거 같아 우리 힘으로 하기는 했다만...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누군가의 논문을 보고 레포트를 낸다. 하버마스를 직접 읽지 않아도, 하버마스의 공론장에 대해 해석한 논문을 참조하여 자기 레포트를 쓴다. 가끔은 해피캠퍼스와 동일한 형식으로 네이버나 KISS에서 사서 본다....(요즘 우리학교가 재계약을 안 해서 무료 다운로드를 못 하는 상황) 그럼 그 사람들의 논문을 참고하는 것은 공부고, 남이 쓴 레포트를 참고하는 것은 공부가 아닌가? 흐음.ㅡㅡ 이 경우 원전을 읽고 안 읽고의 수준차이를 논할 수 있겠지만 '도덕적' 비판의 대상은 안 되는 거 같다.
그러나 레포트월드나 해피캠퍼스는 레포트 대리제출 혹은 베끼기를 편하게 해 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의도야 어쨌건 결과는 나쁘게 쓰인다. 나쁜 이유는 학문하는 사람의 태도와 정직성이라는 '도의적' 문제와, 다른 학생과의 비교에서 '공정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란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또한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거래를 원천 봉쇄할 수 있을까. 저명 학자의 논문을 읽고도 주석 안 달고 그대로 베껴낼 수도 있다. 얼마나 베껴낼 지는 필연성이라기보다 확률의 문제 수준이다. 안 좋게 쓰일 확률이 높다고 시장을 원천 봉쇄할 수 있을까...
어쨌든 그러면 레포트를 사서 베껴내는 사람이 나쁘지 레포트를 제공하고 시장을 마련한 사람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제공물이 어떻게 쓰일 줄은 알지만 '결과는 책임질 수 없는' 레포트 제공자들은 비난에서 원천적으로 피해갈 수 있는것인가. 어떤 시장으로 인해 사회 어느 곳이 잘못되는 것이 수요자의 탓으로 돌리는 건 무리가 있어보인다. 하다못해 그렇게 따지면 마약도 의약용으로 쓸 수 있는데 일부 수요자의 탓인 거잖아. 그러나 레포트 월드와 지식시장의 구분이 '베껴낼 가능성'으로만 결정된다는 문제가 남는다.
'레포트월드'나 '해피캠퍼스'에 대한 법적 금지를 떠나서, 그곳을 이용하는(레포트를 올려서 돈을 버는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사람들에게 적용할 비판의 규범을 생각해보다 이런 고민에 빠졌다. 아아 ..ㅠㅠ OTL
결론은 시장경제(알겠지만 이게 곧 자본주의는 아니다.)의 틀 안에서는 뭔가 비판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시장경제의 법 수업을 다시 들어서 질문하고 싶군..(재수강은 불가능함 ㅋㅋㅋ) 그렇다면 시장경제 밖에서 비판을 제기해야 한다는 말인데... 어쨌든 지금은 레포트를 써야하니 답은 나중에 올리겠다. 으으 동방견문록ㅠㅠ
# by 은하 | 2005/12/14 23:05 | 발견 | 트랙백(2) | 덧글(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