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3월 11일
반장일기 2. 비하인드 스토리.
이 인간이 무슨 생각으로 반장하는 지 궁금한 사람이나 재미있을 내용.
1. 원래 1학년 때는 반에 그렇게 열성있던 학생은 아니었다. 집에서도 술자리 자주 가는 건 안 좋아했고(현재의 내 모습은 '학점으로 자유를 샀다'라고 보면 된다-_-;) 어쨌든 먼저 선배 찾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뭐 하자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수동적으로 잘(?) 나갔었다. 아무튼 1학년 1학기 때 참여한 술자리가 12번.(시험기간을 빼고 매주1회 참여했다는 무시무시한 소리인데 왜 이렇게 적은 거 같지?-_- 어케 되어먹은 반인거냐.)
2. 적당한 소속감에 적당한 애정. 여기까지였으면 20대 초반 인생 말릴(?) 일이 없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5월에 동아리에 들었는데, 처음에는 재밌다고 생각했으나 반에서는 있을 수 없던 광경들을 종종 본 것이다. 97 남자 선배중에 굉장히 웃긴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동방에서 야한 농담을 했다. 그걸 내 동기인 04 여학생이 받아치는데, 그 아이가 훨씬 더 입담이 걸쭉해서 97이 코너에 몰렸다. 사람들 그것을 보고 웃고 즐기는 데 난 그럴 수 없었다. 그저 경악했을 뿐. 나의 수치심은 어디서 존중해 주는 것일까?
동아리 연합 체육대회도 했는데 그 때 짝피구를 했다. 짝피구 한다길래 그거 할 때는 안 나가고 뒤늦게 구경만 했지만 짝피구라 대략 좋지 않다.-_-+ 짝을 지어 남학생이 여학생 안 맞게 무조건 보호해 주는 피구라니.
그 동네 특별히 마초적이지도 개념없지도 않았다. 오히려 엠티가면 남녀 다 같이 밥 하고 동아리짱도 여자고, 평균적인 공간보다는 개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뭔가 어색했다. (얼마 되지 않은 전통이었지만) 반에서 있을 수 없던 일을 보면서 우리 반이란 존재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3. 때마침 반에서 연타로 농활가고, 이런 거 고민하던 나한테 반성폭력주체 맡겨버리고-.-; 학회에 2학기 뻔대까지 한 큐에 말리면서 말림 인생은 시작되었다고 보는데(...) 어쨌거나 뻘짓도 많이 했지만 아주 재미있었다. 예술, 취미 동아리라 그랬는지 복잡한 정치적인 이야기나 시사에 민감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 점이 답답했는데 그런 것도 마음껏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고, 이런 이야기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1학년 여름도 가을도 지나가고...;;
4. 여기서 학생회장까지 할 생각은 대체 왜 했는지..라고 물어보면 이유는 의외로 별 거 없었다. 그냥 동기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서였다. 어느 날 곰곰이, 우리는 각 학회짱/사무국장/반장 누가 할까 생각해보니 남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특히 반장을 하면 3학년 1학기까지 짤없이 등록을 해야 하는데, 남학생의 경우 군대문제도 걸려있어서 자원이 아닐 경우 '너 해라~'하고 말기 난감했다. 결국 일찌감치 할 일 없는(?) 내가 하면 되겠다는 안일한 생각에 덜컥 결정해버렸다는 것이 현재 역동반 반장님의 비하인드 스토리-_-;
5. 반 공동체니 뭐니 하는 고상한 이유는 그 다음에 만들어야 했다. 어쨌거나 자기 설득 시켜야 하잖아. 어쨌거나 반이 있어서 동아리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고민과 사상을 논할 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대학 생활 한 편에 그런 추억들을 나 이후에 후배들에게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그런 공간'을 규정하기. 애초에 자기중심적이고 정치적이었다.
6. 어쨌거나 2학년은 그러한 의욕과 능력의 엇박자였다. 처음 받는 후배에 들떠서 단 한명도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과 이들과 모두 '내가 고민했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관념과 이것저것...그러면서 정작 인간 관계라던가 '내가 크게 고민하지 않앗던'(사람이 참 무덤덤합니다그려) 부분을 고민하는 데엔 별 도움이 안 되었고 , 함께 했다기 보다는 끌고 갔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어쨌거나 애쓴 덕분에 함께 보낸 시간은 많았다는 게 위안.
7. 3학년이 되니까 이게 보인다. 2학년 때 뭐가 문제였는지...하던 게 1년 지나서 '아 그 때 그 시절 삽질이었군-.-' 하는 심정은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05에 대한 미안함이 쓰나미처럼 몰아치게 만든다. 반면 06 맞는 기분은 굉장히 여유롭다. 대부분 널럴한 인문대생이 아닐 경우 자기 공동체에 1학년때 '새내기'로서 2학년때 실무주체자로서 일하고 3학년때 은퇴, 뒷방 늙은이(?)가 되어간다는데 딱 한 달 경험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거 다른 거 다 빼고 인간관계에서 보자면 정말 아까운 짓이야!
8. 어쨌거나 어제는 개강파티.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왔다. 술집이 너무 비좁아서 사람들 오는데 '헉!' 하는 이상한 사태가 일어나긴 했지만, 새내기는 당연, 동기들도, 첫 후배도, 고학번들도 바글바글...이 중에는 친한 사람 별로 안 친한 사람, 친했다가 멀어진 사람, 다양한 사람 다 있다. 어쨌거나 나랑 안 놀아도 개강파티랍시고 몰려올 공간이 있다면 반의 存在의 理由는 있겠구나...라는 어렴풋한 생각. 걔중에는 집중해서 일 떠맡는 사람(주로 내가 떠맡기지만-_-;;;)이 있어 참 보기 안쓰럽지만...얻는 것은 사실 보다 더한 애정 요정도; 아무튼 사람이 적게 왔으면 우울했겠지만 사람이 많이 와도 이것저것 과거가 떠오르며 별 생각 다 드는 가운데, 옆 테이블 다른 동네에서 '러브샷'시키는 걸 보고 잔소리 많은 선배들에게 익숙해진 우리 반의 한 새내기가 경악하던 모습에 훈훈한 감동이 일었다.
9. 이 모든 게 개강파티 날 온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든 회상. 다음날 과외가 있어서 2차까지밖에 못 갔지만,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반장일기의 비하인드 스토리. 왜 이런 짓을 하냐면, 3학년이고 한 번 했던 짓을 3년 째 하는데 열정이란게 살아있을 수 있을까...하는 지난 12월~2월의 고민에 대한 중간답안이다. 답안은 결국 1학년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반에서 구하고자 하던 게 있었고 그것이 2학년에도 3학년에도 다른 형태로 구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다. 결국 2학년 때의 근본적 실수, '얘들을 데리고 무엇을 한다'가 아니라 얘네와 함께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데에서 출발해야 04년 05년과 또 다른 06년을 보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다.
10. 누구든지 부담없이 와서 쉬어 가고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곳~ 이 모토인 다른 대학 어느 동네 과반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러면 '휴게실'이로군 하고 하던(?) 양반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부담없이 오는 곳은 부담없이 나갈 수 있다. 공동체 내에서 지켜야 할 부담이 있어야 그 부담을 매개로 하나 둘 씩 강하게 이어지는 거 아니겠어. 물론 부담에 눌려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를 부르게 되면 안 되겠지만...어쨌건 그 부담이 좋아 머무른 나이기에 그것은 올해도 계속된다. 반을 위해...음 그리고 나를 위해.
그래요 이 글을 읽는 어떤 사람에게는 조금 더 부담을 준다는 이야기입니다....아하하하.....^^;;;
# by 은하 | 2006/03/11 17:03 | 학생사회 | 트랙백 | 덧글(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