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8월 04일
남성과 스파게티
내 동생은 나와 마찬가지로 스파게티를 무척 좋아한다.(나와는 달리 허옇고 느끼한 크림소스가 아니라 달콤한 토마토소스를 좋아하지만..-.-) 그러나 여자친구가 없어서 정작 스파게티를 먹을 기회는 별로 없다고 한다.
"왜, 남자애들끼리는 같이 밥먹을 때 스파게티집 안 가?"
"절대 안 가지..-_-"
그러고보니 친구랑 스파게티집에 가서 남자들끼리 온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남자, 여자 섞어서 오거나, 여자들끼리만 오거나. 왜 그럴까. 쏘렌토처럼 알록달록하거나 아니면 카페풍의 인테리어를 거부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스타일의 공간에 남성들끼리만 가는 게 싫은 것일까. 혹시 PC방과 술집을 제외하고 남성들끼리 갈 만한 공간은 원래 없기에 그런 것일려나.
대한민국 20대 남성의 서글픈 자화상
내 동생의 딱한 처지를 생각해보니 요즘의 스타벅스 논쟁과 '된장녀의 하루'가 생각이 난다. 된장녀들에게 비난을 퍼붓는 이유 중 하나가 스타벅스와 아웃벡인데 쏘렌토 급의 스파게티 레스토랑도 비슷한 분위기에 포함되지 않나 싶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남성도 스타벅스와 아웃백에 온다는 것이다. 물론 대체로 여자들과 함께다. 된장녀들은 선배를 꼬드겨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한다고 하지만, 여자 후배들한테만 밥을 사주는 그런 선배 또한 남성 아닌가. 그런 남성들은 전혀 비난하지 않는 걸 보면 된장녀 논란의 근원은 확실히 스타벅스와 아웃백이 아니다.
된장녀 고추장남, 씁쓸한 논쟁
"군대에 대한 부담,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학생들이 국방부나 노동부가 아닌, (만만한) 상대 이성을 향해 퍼붓고 있다”
명지대학교 여가경영학과 김정운 교수는 청년실업의 현실에서 전혀 행복하지 못한 20대 남성들의 불안과 강박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가상의 적을 찾기 마련이고, 그 대상이 발견되어 공감대를 이루기 시작하면 분노와 적개심을 집단적으로, 또 비논리적으로 표출하게 된다”
결국 이 시대의 불안정한 노동현실과 20대 남성들의 억눌린 불만 탓이라는 것이다. 꽤나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데, 내동생의 사례를 생각하면 몇 가지 덧붙여도 될 듯 싶다.
혹시 된장녀를 욕하는 남성들은 여성의 처지가 부러운 것은 아닐까. 영화도, 공연도, 전시회도, 놀이공원도, 카페도, 좀 인테리어가 예쁘다싶은 식당도, 스파게티집도 '남자들끼리만 가면 우스워지는 사회적 시선 아래, 난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정말 농구(혹은 당구), 스타, 그리고 술이 전부이다. 때문에 남성에게 '연애한다'는 것의 의미는 여성과 같지가 않다. 여성의 경우 동성친구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지만(비용부담을 남성에게 다 전가하는 몹쓸 인간도 있지만...-_-+ 정작 뭐든지 더치페이로 하겠다는 여성은 '애교가 없다'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남성은, 남성사회에서는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 생기는 것이다.
혼자서는 그 어떤 예쁘고 우아한(....가격이 같아도 스파게티가 된장국보다는 우아하다는 문화적 편견이 깔린 사회니까) 활동도 제재당하는 남성, 그것은 남성성을 요구하는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이 땅의 남성들을 옭아매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억압에 지쳐갈 때, 이런 면에서는 (열등하기에) 자유로운 여성에 대한 적개심이 칼같이 돋아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된장녀 열풍처럼, 막연한 여성에 대한 공격적 대응은 이런 '남성 괴롭히는 사회'에서는 제 발등 찍기나 다름없다. 남성성의 강압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타인에 대한 '공격'과 이를 통한 보상심리라는 남성성이 극단화된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씹고 찧고 까불어도 결국 변하는 건 없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역시 열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이니까.
오늘 버스정류장에서 대학교 새내기 정도로 보이는 남학생들 4명의 대화를 들었다.
"야 좀 많이 안 비싸고 괜찮은데 말해봐."
"그냥 쏘렌토가자. 가던 데 가는 게 가장 확실하고 좋다."
"이런 결국 쏘렌토냐."
"으하하 괜찮아. 나는 남자들끼리 아웃백도 갔었어."
이 녀석들의 대화가 꽤나 활기차고 어두운 구석이 없어서 들으면서 유쾌하기는 했지만, '남자들끼리 아웃백 간 것'이 전혀 이슈가 안 되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내 동생도 연애하기 전이라도 좋아하는 스파게티 밖에 나가서 잘 먹을 수 있게. 된장녀라는 말이나, 여성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연애 할 거면서)은 그런 사회에서는 전혀 힘을 못 쓰게 되지 않을까.
"왜, 남자애들끼리는 같이 밥먹을 때 스파게티집 안 가?"
"절대 안 가지..-_-"
그러고보니 친구랑 스파게티집에 가서 남자들끼리 온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남자, 여자 섞어서 오거나, 여자들끼리만 오거나. 왜 그럴까. 쏘렌토처럼 알록달록하거나 아니면 카페풍의 인테리어를 거부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스타일의 공간에 남성들끼리만 가는 게 싫은 것일까. 혹시 PC방과 술집을 제외하고 남성들끼리 갈 만한 공간은 원래 없기에 그런 것일려나.
대한민국 20대 남성의 서글픈 자화상
내 동생의 딱한 처지를 생각해보니 요즘의 스타벅스 논쟁과 '된장녀의 하루'가 생각이 난다. 된장녀들에게 비난을 퍼붓는 이유 중 하나가 스타벅스와 아웃벡인데 쏘렌토 급의 스파게티 레스토랑도 비슷한 분위기에 포함되지 않나 싶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남성도 스타벅스와 아웃백에 온다는 것이다. 물론 대체로 여자들과 함께다. 된장녀들은 선배를 꼬드겨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한다고 하지만, 여자 후배들한테만 밥을 사주는 그런 선배 또한 남성 아닌가. 그런 남성들은 전혀 비난하지 않는 걸 보면 된장녀 논란의 근원은 확실히 스타벅스와 아웃백이 아니다.
된장녀 고추장남, 씁쓸한 논쟁
"군대에 대한 부담,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학생들이 국방부나 노동부가 아닌, (만만한) 상대 이성을 향해 퍼붓고 있다”
명지대학교 여가경영학과 김정운 교수는 청년실업의 현실에서 전혀 행복하지 못한 20대 남성들의 불안과 강박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가상의 적을 찾기 마련이고, 그 대상이 발견되어 공감대를 이루기 시작하면 분노와 적개심을 집단적으로, 또 비논리적으로 표출하게 된다”
결국 이 시대의 불안정한 노동현실과 20대 남성들의 억눌린 불만 탓이라는 것이다. 꽤나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데, 내동생의 사례를 생각하면 몇 가지 덧붙여도 될 듯 싶다.
혹시 된장녀를 욕하는 남성들은 여성의 처지가 부러운 것은 아닐까. 영화도, 공연도, 전시회도, 놀이공원도, 카페도, 좀 인테리어가 예쁘다싶은 식당도, 스파게티집도 '남자들끼리만 가면 우스워지는 사회적 시선 아래, 난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정말 농구(혹은 당구), 스타, 그리고 술이 전부이다. 때문에 남성에게 '연애한다'는 것의 의미는 여성과 같지가 않다. 여성의 경우 동성친구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지만(비용부담을 남성에게 다 전가하는 몹쓸 인간도 있지만...-_-+ 정작 뭐든지 더치페이로 하겠다는 여성은 '애교가 없다'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남성은, 남성사회에서는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 생기는 것이다.
혼자서는 그 어떤 예쁘고 우아한(....가격이 같아도 스파게티가 된장국보다는 우아하다는 문화적 편견이 깔린 사회니까) 활동도 제재당하는 남성, 그것은 남성성을 요구하는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이 땅의 남성들을 옭아매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억압에 지쳐갈 때, 이런 면에서는 (열등하기에) 자유로운 여성에 대한 적개심이 칼같이 돋아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된장녀 열풍처럼, 막연한 여성에 대한 공격적 대응은 이런 '남성 괴롭히는 사회'에서는 제 발등 찍기나 다름없다. 남성성의 강압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타인에 대한 '공격'과 이를 통한 보상심리라는 남성성이 극단화된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씹고 찧고 까불어도 결국 변하는 건 없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역시 열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이니까.
오늘 버스정류장에서 대학교 새내기 정도로 보이는 남학생들 4명의 대화를 들었다.
"야 좀 많이 안 비싸고 괜찮은데 말해봐."
"그냥 쏘렌토가자. 가던 데 가는 게 가장 확실하고 좋다."
"이런 결국 쏘렌토냐."
"으하하 괜찮아. 나는 남자들끼리 아웃백도 갔었어."
이 녀석들의 대화가 꽤나 활기차고 어두운 구석이 없어서 들으면서 유쾌하기는 했지만, '남자들끼리 아웃백 간 것'이 전혀 이슈가 안 되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내 동생도 연애하기 전이라도 좋아하는 스파게티 밖에 나가서 잘 먹을 수 있게. 된장녀라는 말이나, 여성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연애 할 거면서)은 그런 사회에서는 전혀 힘을 못 쓰게 되지 않을까.
# by | 2006/08/04 16:14 | 발견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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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맥락이긴 한데, 그런 성차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가 명절때인 것 같아요. 여성들이 주로 있는 공간에서는 사는 얘기가 오가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지만(물론 그 저변에는 나름의 눈치싸움도..;;) 남성들만 있는 공간에서는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다가 간간히 훈계조의 대화 아닌 대화가 침묵을 깨는 정도...-_- 남자들은 정말 일상을 사는 방법을 잃어버린 족속이에요. 나이든 사람들이야 근대화에 몸바치-_-느라 그랬다고 쳐도, 젊은 남성들까지 그런다는 건 정말 비극이죠. 요새 젊은이-.-들 중에서는 안 그런 사람도 많긴 하지만, 문제는 그런 전향적인 남성들을 바라보는 다른 남성들의 시각은 여전히 곱지 못하다는 거.-_-
천제소녀//헉 정말 황당했겠네요...;; 어쩌면 여성들부터 이런 걸 이상하게 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더 강력한 건 동료 남성들 사이의 따돌림이겠지만. 난 남자애들끼리 손 잡고 다니는 것 봐도 귀엽던데. (주로 PDP였다만)
전 그다지 저런 것에 걸리는 게 없어서 별로 상관없다고 여기는데, 의외로 제 친구들이 저런 데 대해 민감해하더군요. 때문에 결국 제가 선택하는 길은 혼자놀기(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말이죠).
맨 위의 윤김소민님 이야기 보니 예전에 할아버지, 할머니, 막내삼촌, 나 이렇게 넷 있는 공간에서 할아버지와 막내삼촌밖에 이야기 하지 않은 기억이 나네요.
아, 그리고 변하는 게 없다고 가만이 놔두면, 지금까지의 남성을 위주로 돌아가던 이 사회 역시 그다지 변하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銀鳥-_-//꽃미남과 시커먼 남자 두 가지를 다 요구하는 이 시대의 욕망-_-;;;
검은머리요다//가끔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죠...ㅠㅡ
azreal//아니 왜 결론이^^;;;
달바람//헉 그렇단 말입니까.ㅋ 쏘렌토 스파게티 L 사이즈 시키면 양 진짜 많아요. 여성들은 보통 M을 시켜먹죠. 아 물론 L은 더 비싸죠...ㅠㅡ(도대체 스파게티는 재료비에 비해 너무 비싼 이유를 모르겠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