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02일
대한민국원주민
나의 아버지는 환경, 생태에 대한 인식이 정말 빈약하다. 그는 충북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나고 20년동안 자랐다. 그러기에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나, 여우와 너구리도 뛰어다니는 산이나, 개구리 울음 우는 맑은 냇가 따위에 대한 동경이 전혀 없다. 20년 동안 그런 것들은 그의 일상이었기에, 그는 자연에 대한 동경이 없는 대신 자연은 조금 오염되어도 늘 풍족하고 깨끗하게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듯 하다.
그에겐 70년대 새마을 운동은 신세계를 열어준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산골마을까지 뚫린 아스팔트 길은 신문명의 경이 그 자체였다. 지긋지긋한 초가지붕이 벗겨지고 그 위로 단단한 슬레이트 기와가 얹어졌을 때 부잣집이 된 거 같아 왠지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전깃불을 못 보고 돌아가셨다는 증조할머니도 싸리대문이 나무대문으로 변한 것에 감격해 마지 않았다 했다.
그래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갯벌의 어패류와 철새들을 보호하자라고 외치면 배부른 사람들이 미친 소리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사람이 살고 봐야지, 저딴 동물들은 일단 사람 다음이고 어딜 가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
그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너무 고기를 많이 먹는 건 당뇨나 비만을 야기하고 문제가 되지만, 일단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한창 성장기 때 한 달 내내 무말랭이만 먹다 지겨워서, 자기 집 암탉이 갓 나은 달걀을 훔쳐먹고 나서 나중에 나의 할머니에게 걸려 두들겨 맞은 적이 있다. 성인이 되어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고기는 경제성장이 가져온 가장 큰 축복이다.
*
그는 카레나 오므라이스나 스테이크 같은 양식(?)을 군대에서 처음 먹어봤다. 군대에서 맞기도 엄청 맞았다. 그러나 폭력이 일상화 된 시대에 맞는 게 기분이 나쁘지만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에게 군대는 폭력과 억압의 장소가 아니라 질서의 중심이자 '신문물을 만나는 곳'이었다.
딱히 애국심이 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
이것은 2006년 대한민국을 사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그의 이러한 성향은 굉장히 사회적이다. 생태적인 가치에 무관심한 것, 물질적 풍요의 상징으로서 육식을 즐기는 것, 군대를 긍정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1950년대 농촌마을의 가난한 집에서 베이비 붐 세대로 태어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흔한 사고방식이다. 괴테의 말에 따르면 단 10년 정도 늦게 태어났다면, 혹은 동시대라도 (그것도 완전 산골)농촌이 아니라 도시에서 태어났다면 경험해보지 못할 경험들이 그를 만들었고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한 세대로 묶어냈다.
그러기에 이러한 사회적 성향에는 반대하지만, 이는 그들이 스스로 택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사회적으로 구성된 감각이라도 일단 형성되고 나면 그 힘은 매우 강력하게 발휘하기 마련이라 아무래도 바뀔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그것은 겨우 20년 산 내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50년간의 경험과 기억 그 총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풍요한 세상에서 이 칙칙한 도시에 축농증이나 아토피로 시름시름 앓아가는 무리들 가운데서 자란(사실 나도 축농증으로 고생하는) 내가 이 가치들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가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인만큼. 그들도 물러서지 않을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지나간 가치들이 변해야 한다는 나의 당위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이해는 슬픈 것. 설득이니 뭐니 말은 근사해도 결국은 상대방을 꺾기 위한 도구잖아.
허나 역시나 빈곤은 사람을 여러가지로 피폐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나는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부유함의 소아일까)
그는 다음 대통령 후보자로 이명박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한겨레 21에 연재되는 대한민국 원주민 정말 재밌게 보고 있다.ㅠㅠ 돈 모아서 레일로드 전집과 더불어 '습지생태보고서' 사려고 벼르는 중.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적절해서 가져와 버렸다. (아 잊을 수 없는 노루 피 빨아먹는 에피소드;;;)
앗 낚인 분 죄송 -.-
그에겐 70년대 새마을 운동은 신세계를 열어준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산골마을까지 뚫린 아스팔트 길은 신문명의 경이 그 자체였다. 지긋지긋한 초가지붕이 벗겨지고 그 위로 단단한 슬레이트 기와가 얹어졌을 때 부잣집이 된 거 같아 왠지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전깃불을 못 보고 돌아가셨다는 증조할머니도 싸리대문이 나무대문으로 변한 것에 감격해 마지 않았다 했다.
그래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갯벌의 어패류와 철새들을 보호하자라고 외치면 배부른 사람들이 미친 소리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사람이 살고 봐야지, 저딴 동물들은 일단 사람 다음이고 어딜 가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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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너무 고기를 많이 먹는 건 당뇨나 비만을 야기하고 문제가 되지만, 일단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쓴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한창 성장기 때 한 달 내내 무말랭이만 먹다 지겨워서, 자기 집 암탉이 갓 나은 달걀을 훔쳐먹고 나서 나중에 나의 할머니에게 걸려 두들겨 맞은 적이 있다. 성인이 되어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고기는 경제성장이 가져온 가장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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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카레나 오므라이스나 스테이크 같은 양식(?)을 군대에서 처음 먹어봤다. 군대에서 맞기도 엄청 맞았다. 그러나 폭력이 일상화 된 시대에 맞는 게 기분이 나쁘지만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에게 군대는 폭력과 억압의 장소가 아니라 질서의 중심이자 '신문물을 만나는 곳'이었다.
딱히 애국심이 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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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2006년 대한민국을 사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그의 이러한 성향은 굉장히 사회적이다. 생태적인 가치에 무관심한 것, 물질적 풍요의 상징으로서 육식을 즐기는 것, 군대를 긍정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1950년대 농촌마을의 가난한 집에서 베이비 붐 세대로 태어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흔한 사고방식이다. 괴테의 말에 따르면 단 10년 정도 늦게 태어났다면, 혹은 동시대라도 (그것도 완전 산골)농촌이 아니라 도시에서 태어났다면 경험해보지 못할 경험들이 그를 만들었고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한 세대로 묶어냈다.
그러기에 이러한 사회적 성향에는 반대하지만, 이는 그들이 스스로 택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사회적으로 구성된 감각이라도 일단 형성되고 나면 그 힘은 매우 강력하게 발휘하기 마련이라 아무래도 바뀔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그것은 겨우 20년 산 내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50년간의 경험과 기억 그 총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풍요한 세상에서 이 칙칙한 도시에 축농증이나 아토피로 시름시름 앓아가는 무리들 가운데서 자란(사실 나도 축농증으로 고생하는) 내가 이 가치들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가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인만큼. 그들도 물러서지 않을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지나간 가치들이 변해야 한다는 나의 당위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이해는 슬픈 것. 설득이니 뭐니 말은 근사해도 결국은 상대방을 꺾기 위한 도구잖아.
허나 역시나 빈곤은 사람을 여러가지로 피폐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나는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부유함의 소아일까)
그는 다음 대통령 후보자로 이명박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한겨레 21에 연재되는 대한민국 원주민 정말 재밌게 보고 있다.ㅠㅠ 돈 모아서 레일로드 전집과 더불어 '습지생태보고서' 사려고 벼르는 중.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적절해서 가져와 버렸다. (아 잊을 수 없는 노루 피 빨아먹는 에피소드;;;)
앗 낚인 분 죄송 -.-
# by 은하 | 2006/11/02 23:06 | 발견 | 트랙백(1) | 덧글(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