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9일
어제의 전쟁이 오늘은 코미디, 하지만...
한국 여성계의 한 때 가장 큰 이슈는 어이없게도 '가정폭력'이었다. 주로 아내에 대한 남편의 폭력이지만, 단지 가족 내에서 일어난다는 것 뿐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 폭행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아니 오히려 몇십년간의 지속적인 괴롭힘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교폭력, 군대 내 폭력, 폭력을 수반한 강도행위 보다 더 위험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내정간섭은 하는 게 아니다'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침묵해 왔다. 아내의 인권은 남편의 소유라는 의식이 기저에 깔린 생각이었다.
가정폭력 문제의 큰 특징은 계층, 지역, 이념을 초월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90년대 초반 소설가 공지영, 기자 최보은 씨 등 소위 '중산층 인텔리' 여성들조차 '나도 매맞는 아내'다라고 밝혔을 때의 충격이 실로 컸다. 공지영 씨는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데올로기적 긴장이 무너진 자리에 본능이 들어선다'고 말한 바 있지만, 가정폭력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진영, 좌파진영이라는 쪽도 소용없었다. 사회주의 등과 별도로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90년대 후반에나 들어서 가정폭력특별법 비슷한 것이 시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내를 때린 남편은 접근금지 몇 미터..뭐 이런 명령이 떨어졌던 거 같았는데, 이 법 실시 직후에 사회적 반발은 꽤나 거셌다. 실질적 효력이 없다는 무용론에서부터 내정간섭이라는 반발까지. 여성운동가들이 이혼 및 가정해체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누군가가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유지되는 가정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개그우먼 이경실 씨가 한밤중 야구방망이로 맞아서 병원에 실려왔을 때 사회는 다시금 충격에 빠졌고 이를 기점으로 가정폭력특별법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졌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당하고, 어느 이는 '시범케이스'로 언론지상에 오르내린 후였다.
여성문제에 삐딱한 사람들도, 이제 웬만해서는 가정폭력만큼은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개별 남성 가운데 일부가 속으로는 전혀 생각을 고치지 못했을지언정, 사회적 차원의 상식선에서 집안에서 아내를 구타했다가는 '경찰이 출동'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 것이다. 이제 이 문제를 위해서 그렇게 힘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참고 살았다는 것은 우습게도 정말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오늘날 문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사회문제란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10년 전에 절실했던 일들이 정말 10년 후에는 코미디가 되고, 당연한 일이 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지금 이 시점에서 변화하는 것이 두려운 복잡한 문제들, 절대 변해서는 안 될 거 같은 일들이 10년만 지나면 어떤 성격이 되어있을지는 모른다는 말이다. 지금 현실은 초역사적인 것이 아니다.(<-실은 2005년 서시각 수업에서 어느 선배가 한 말이지만..) 우리가 수엾이 역사를 배우는 것은 단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 역시 역사적, 인위적 산물이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오늘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진통에 보다 관대해지고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가정폭력 문제의 큰 특징은 계층, 지역, 이념을 초월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90년대 초반 소설가 공지영, 기자 최보은 씨 등 소위 '중산층 인텔리' 여성들조차 '나도 매맞는 아내'다라고 밝혔을 때의 충격이 실로 컸다. 공지영 씨는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데올로기적 긴장이 무너진 자리에 본능이 들어선다'고 말한 바 있지만, 가정폭력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진영, 좌파진영이라는 쪽도 소용없었다. 사회주의 등과 별도로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90년대 후반에나 들어서 가정폭력특별법 비슷한 것이 시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내를 때린 남편은 접근금지 몇 미터..뭐 이런 명령이 떨어졌던 거 같았는데, 이 법 실시 직후에 사회적 반발은 꽤나 거셌다. 실질적 효력이 없다는 무용론에서부터 내정간섭이라는 반발까지. 여성운동가들이 이혼 및 가정해체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누군가가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유지되는 가정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개그우먼 이경실 씨가 한밤중 야구방망이로 맞아서 병원에 실려왔을 때 사회는 다시금 충격에 빠졌고 이를 기점으로 가정폭력특별법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졌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당하고, 어느 이는 '시범케이스'로 언론지상에 오르내린 후였다.
여성문제에 삐딱한 사람들도, 이제 웬만해서는 가정폭력만큼은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개별 남성 가운데 일부가 속으로는 전혀 생각을 고치지 못했을지언정, 사회적 차원의 상식선에서 집안에서 아내를 구타했다가는 '경찰이 출동'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 것이다. 이제 이 문제를 위해서 그렇게 힘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참고 살았다는 것은 우습게도 정말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오늘날 문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사회문제란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10년 전에 절실했던 일들이 정말 10년 후에는 코미디가 되고, 당연한 일이 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지금 이 시점에서 변화하는 것이 두려운 복잡한 문제들, 절대 변해서는 안 될 거 같은 일들이 10년만 지나면 어떤 성격이 되어있을지는 모른다는 말이다. 지금 현실은 초역사적인 것이 아니다.(<-실은 2005년 서시각 수업에서 어느 선배가 한 말이지만..) 우리가 수엾이 역사를 배우는 것은 단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 역시 역사적, 인위적 산물이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오늘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진통에 보다 관대해지고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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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폭력, 사회(미디어)폭력, 조직폭력이 부른 학교폭력 by 리장
- 아내폭력은 ‘집안 일’이 아닙니다 - 여성학자 정희진 by pygmalion
- 폭력의 악순환 by marlowe
- 때론 나도 사람을 때리고 싶다 by scemo
- `모든 폭력은 잘못이다`라는 위험한 프레임 by 쟈칼
# by | 2006/12/29 08:33 | 생각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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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아래 글에 정말 공감합니다. 10년 후에는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해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때까지 시범케이스는 안 나오면 좋겠고요.
더디지만 조금씩 바뀌어나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요즘같은 일 한 번 터지면 힘이 빠지더라고요. 정말 허무맹랑한 말을 지어낼정도로 증오스러운것은 왜일까..
개인적으로 살면서 그때만큼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도 드물었던 것 같아요;
가정폭력이 없어지고 이어 사회 전체의 여러 폭력적 요소들이 근절되는 사회를 꿈꿔 보는데... 가정폭력이라는게 저는 부모자식간에도 참 심한 것 같아요.
은하님 시험 끝나더니 무더기 포스팅이시군요... 따라가기 매우 벅참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ico//진실은 진보에 우선한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사실 가장 진실된 것이 가장 진보적(<-좌우의 그 의미가 아니라..)인 것이라 생각해요. 에휴 정말 왜 근대사상가들이 근거없는 믿음을 쳐부수는 걸 시작으로 했는지 알 듯..
네모세모//또 특이하게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들이 강력한 거 같아요. 더 근거가 희박하니까 사람들을 강하게 속박하려고 하기 때문일까요..
치오네//반갑습니다. 어떻게든 나아지는 건 있다고 믿습니다..^^
raindrops//흐흐 반갑습니다~~! 하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결국 허무맹랑한 말보다 '권력'이고 권력을 뒷받침하는 정당성이니까요. 정당성 있는 권력의 쟁취를 위해 노력해야 해요 역시....
김이연지//아 그거....수도이전 절차의 민주적 절차만 얘기했어도 그렇게 황당하지는 않았을텐데....라고 당시 생각했습니다.
Annis//세계에서 제일 인권의식이 발달했다는 서유럽도 기혼 여성의 1/6이 가정 내 폭력의 희생자라는 통계를 90년대 초반에 봤는데...정말 국적, 인종, 소득수준을 초월한 문제 같아요;;; 요즘은 노인에 가해지는 폭력도 있구요.
...결론은 인간은 끊임없이 교화해야 한다는 건가.
암튼 Annis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gregor//이 지긋지긋한 현실이 내일의 코미디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