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2월 06일
시사저널 사태 여전한 이 시대 야만의 기록, 그러나

1. 2006년 6월, <시사저널> 편집국은 삼성그룹의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문제를 비판하는 3쪽짜리 기사를 싣고자 했다.중앙일보 출신으로 삼성과의 친분이 두터운 금창태 사장은 난색을 표명했고, 편집국장에게 삭제를 권고했다. 그러나 편집국장은 당연히 말을 듣지 않았고, 사장은 인쇄기가 돌아가기 직전에 기사를 바꿔치기했다. 사장은 이 일을 "개인의 명예훼손"의 혐의가 있는 기사라고 막았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평상시 시사저널 기사를 생각하면 별로 납득이 가지 않은 설명이며, 사장이 편집국의 편집권을 침해하고 독단적으로 강행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일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이윤삼 편집국장은 경악하여 이튿날 6월 19일, 사표를 던졌고 그 이후로 시사저널은 편집국장의 편지 없이 계속 발행되어 왔다.
관련기사 : 한겨레 21 고경태, 사장님 이래도 되는 겁니까
2. 언론계는 동종업계에서 일어난 이 일에 유달리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겨레 신문 및 오마이뉴스 등 에서만 문제제기를 했을 뿐이다. 금창태 사장은 위의 한겨레 21 편집장 고경태 칼럼을 명예훼손 협의로 억대의 소송을 걸었다, 이 역시 언론에 대한 자본의 위협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한겨레 21 및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는 이 일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미디어 오늘, 한겨레, 명예훼손으로 소송당할 글이 아니었다.
3. 시사저널 기자들은 이 사태에 맞서 노조를 결성했다. 편집국과의 협의도 없이 기사를 삭제한 금창태 사장의 행위가 경영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에 항의하는 이윤삼 편집국장의 사표를 경영단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사장퇴진으로 파문이 확산되었다. 이들은 이에 더불어 이윤삼 편집국장 복귀, 삭제된 기사 개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기사 : 미디어오늘, 시사저널 노조 결성
한겨레21, 경영진 마음대로 기사 뺄 수 있는가
시사저널 공방 한 달 째 지속
4. 시사저널 분쟁은 더더욱 악화일로를 향했다. 사장은 경영단의 말을 듣지 않은 편집국 팀장 7명을 무더기로 징계위원회로 올렸으며, 기자들은 이러한 경영단의 말에 더 이상 따르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이 사태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일을 계기로 사장이 기자들과 대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아예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금창태 사장은 이미 중앙엔터테인먼트&스포츠(JES) 및 뉴스앤뷰스 등고 외부 기사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념과잉에 빠져 전문성을 상실한 기사'는 아무리 시사저널 기자의 기사라고 하여도 싣지 않을 것이라 엄포했다. 그러나 기존 시사저널의 숱한 특종들을 '이념과잉에 빠져 전문성을 상실한 기사'라고 취급하기 어려우며(하물며 비교대상이 JES-_-;;) 자사 기자들의 노동조차 부정하는 이러한 행위가 큰 반발을 살 것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미디어 오늘, 금창태 사장과의 인터뷰
시사저널 독립언론 외길 17년
시사저널이 남긴 특종
프레시안, 시사저널 결국 파업으로 가나
5. 삭제된 기사개재, 징계철회 등을 요구한 14차례의 노사간 대화는 결렬되고, 마침내 2007년 1월 5일 시사저널 기자들은 파업을 단행했다. 그들은 일체 기사를 송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사저널 사장은 JES 등 외부에서 공급한 기사만으로 시사저널을 파행적으로 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조는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프레시안, 이번 호 시사저널 참 난감합니다
한겨레 21 특집 자본의 시대, 짝퉁 시사저널의 탄생
시사저널 기사 56% 중앙이 채워
6, 시사저널 고재열 기자가 무기정직 처분을 당했다. 그는 이번 파업 이후 파행운행과 관련하여 오마이뉴스에 '<시사저널> 커버스토리, 이것이 기사면 파리도 새다'라고 올렸기 때문이었다. 현재 시사저널 기자 24명 중 회사지시 불이행과 비판 이유로 징계를 받은 기자들이 17명이나 된다. 회사는 또한 이를 비판한 프레시안 등 다른 언론도 무더기로 고소했다. 손석희 아나운서 및 전현직 언론인들과 시사저널 독자들은 현재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 '금창태사장에게 고소당하기 운동' 등을 벌이며 이를 비판하고 있으며, 문화제, 삼성 앞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 조중동이 시사저널 사태에 침묵하는 이유는?
현직기자 89% 시사저널 파업 지지
7. 과거에는 독재정권이 언론을 탄압했다. 유신에 반대하는 기자들이 정부의 압력 때문에 무더기로 해직당했던 모습이 70년대 우리 언론계 풍경이었다. 80년 광주의 진실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 알지 못했다. 일본과 독일의 언론이 보도한 것이 돌고 돌아 골방에서 숨죽여 보던 것이 80년대 풍경이었다. 이제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룬지도 20년이 되었지만, 진정으로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일종의 착각이다. 시사저널 사태에서 보듯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권력이 언론을 강제로 침묵시키는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무엇보다 삼성과 같은 경제권력이 정부도, 언론도, 시민도 제어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사회를 통제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문제는 단순히 시사저널 내부만의 일이 아니다. 시사저널 경영진의 오기에는 삼성이라는 거대 광고주의 압력이 버티고 있다.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현재의 언론사의 구조로서는 진실을 전달한다는 언론사 본래의 사명에 맞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릴 수 없다. 시사저널이 이번에 주저앉는다면 그것은 단순히 잡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적극적으로 삼성을 비판, 감시해 온 견제장치 하나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시사저널은 추석특집호로 아예 한 호 자체를 삼성으로 채운 적도 있다)
기자들 73% 광고주 압력 받아
8.. 시사저널을 '인쇄매체'의 위기로 보는 관점도 있다. 디지털의 급속한 팽창에서 신문,잡지와 같은 기존 인쇄매체는 영향력을 급속히 잃어갔다. 이 일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도 뉴스위크 등 잡지를 읽는 독자층의 연령층은 줄어가고 부수는 줄어든다고 한다. 이 와중에 거의 '자폭'에 가까운 금창태 사장의 행위는 사실, 시사저널의 사주인 서울문화사(<앙앙>,<아레나><우먼센스><아이큐점프><윙크><영점프>...등 여기 소속)에서 돈이 되지 않는 혹덩어리 같은 시사잡지 따위 아예 깔끔하게(?) 포기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프레시안, 시사잡지의 위기 속에서 살펴 본 시사저널 사태
그러나 경제권력의 사회통제력이 날로 강화되고 이로 인해 일상의 민주주의가 침해되고 있는 마당에, 인터넷의 역동성 못지않게 인쇄매체 특유의 진지함을 잃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굉장한 손실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무가지, 인터넷뉴스 등이 더더욱 광고주에 기대는 수익구조로 운영되면서 이러한 대다수 '신매체'들에게 독립언론으로서의 면모는 한계가 있어보인다.
9. 시사저널 문제는 이러한 시대에 어떻게 자유롭게 말하고 진실을 알 권리를 지켜낼 수 있으며, 어떻게 정치적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디지털화라던가 경제권력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 게 될 미래가 적어도 덜 나쁠 수는 있다. 지금 짝퉁인 채 계속 우리집으로 날아오는 시사저널은 모습을 변형한 이 시대의 야만의 증거이지만, 시사저널이 다시 되돌아올 수 있다면, 그것은 야만을 이긴 이 시대 희망의 증거가 아닐까 한다.
10.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모임 : 시사모- http://www.sisalove.com/ 시사저널 관련 기사 및 노보소식지 확인 가능하며, 릴레이 항의 글 기록란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2월 6일 (화) MBC PD수첩에 시사저널 사태 방송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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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은하 | 2007/02/06 06:06 | 우리시대 | 트랙백(6) | 덧글(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