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3월 30일
이해의 선물
중학생 가르치면서,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린 '이해의 선물'이란 소설을 읽고 콧날이 시큰해졌다.
잘 알려진 이야기다. 네 살 정도의 무렵, 화폐 개념을 모르던 나는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서 사탕을 마음껏 고르고 버찌씨를 내민다. 위그든씨는 잠시 당혹해 하더니, 2센트를 거슬러주고 사탕을 내민다. 훗날 나는 어른이 되어 열대어가게 주인이 되었는데 어느 날 어린 남매가 찾아온다. 열대어를 잔뜩 고르고나서 내미는 게 25센트어치 동전. 문득 위그든씨의 기억이 되살아난 나는 그와 똑같이 행동한다. 그가 내가 내민 버찌씨를 받아들이며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이 훈훈한(?) 이야기는 파란의 야마꼬툰에 의해 패러디되어 개그 이미지로 전락하고 말았다.-_-; 사실 버찌씨는 진짜 소박한데, 25센트 내고 30달러어치 열대어 사 간 애들은 진짜 고수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정작 어릴 때는 대수롭지 않게 읽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으로서는 어린 아이가 화폐경제 개념을 아예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것을 묵묵히 지켜주려고 했던 위그든씨가 얼마나 마음이 따뜻하고 위대했던 것인지, 새삼 와 닿는 것이었다.
나는 이처럼 감동하고 있었는데, 13세짜리(빠른 95-_-;) 내 학생 녀석은 이런다.
아 위그든 바보네. (언어순화-_-;;;;)
뭐 13세가 그렇지 않은가. 우리 때도 그랬다. 괜히 거칠고, 삐딱하고, 영악하고 그러는 게 멋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알 건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나이.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야 알 건 다 알아서 정작 뭐 모르는 때였지만, 그 시절 스스로 그런 거 알 리가 있나. 그런데 요즘 애들은 진짜 알 거 다 안다. 이 녀석은 웃대에 들락거리고, 친구들과 서든어택과 스타를 하고 (카트는 유치해서 안 한댄다-_-;;;), 웃찾사도 보고, 무한도전도 보고. 술 안 마시는 것만 제외하면 대학생과 다를 바가 없다. 그 나이 특유의 경험부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너무나 많은 경험을 기성세대와 함께 한다.-_-;
그만큼 기존의 문화를 일찌감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아니 때로는 적극적으로 선도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만큼 어쩌면 기성 문화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드는 것만 같다.
원래 이 나이 대의 애들이 생각이 없는 게 당연하지만, 그 생각이 없을 때 물밀듯이 쏟아지는 신천지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 무력한 게 아니라 그 신천지를 휘젓고 다니는 것이 요즘 '초딩'이지만, 뭔가 다르게 생각해 볼 여지, 즉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은 무력하게 죽어버리지 않는가. 생각이 없는 대신 상상력이 빛나는 시기이건만.
이 녀석이 고사성어에 약해서 고사성어 책 사러 서점에 갔더니, 청소년 코너 한 켠에는 어린이 경제서적이 한 가득, 다른 한 켠에는 논술서적이 한 가득하다. 경제서적이 우리 때 박상률, 곽유리 씨가 지은 '경제는 내 사랑' 시리즈 수준이었다면 참 멋지련만 뭐 그런건 아니고..
어쨌거나, 영어도 조기교육, 논술도 조기교육, 경제도 조기교육. 요즘 초등학생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는데, 이들이 자라면 이 나라 아무래도 FTA하면서 미국이랑 붙어도 경쟁력에 걱정 없겠다.-_-;; 근데 얘들 크려면 아직 멀었는데, 너무 성급한거 아니니 ㅡㅡ;;;
"이해의 선물"따위를 주는 어른들이야 옛날에도 없었으니까 이런 소설이 나왔겠지만, 이제 버찌씨를 내미는 애들도 없다. (아니 그냥 가져가는 애들이 있다는 게 희망?-_-?) 요즘 어린이들 처음 인터넷 접속하는 나이가 3~5세라는 신문보도가 사실일까. 그렇다면 진짜 얘네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세상이 올런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 한편으로 정말로 씁쓸하다. 어린 애들 가르쳐보면서, 확실히 이 녀석들은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함'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 돈 등과 관련해서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바깥을 생각할 여지는 조금도 없는 것 같다. 세상은 원래 이런 거 아니냐고.
아니지, 나중에 커서 논술과외 하면 다시 반쯤 빨갛게 칠해지는구나. 좋았어.-_-;
...가만 현행 논술이야 원래 상위 6% 정도만을 위한 거잖아. -.-;;;
어쩌면 정말 몰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군대 안 간 사람들 가운데 가끔 군대에 대한 환상 있는 사람 있듯이, 정작 나도 어릴 때 이 소설 비웃긴 했지만, 나중에 험난한 경쟁에 내몰릴 때가 되었을 때, 다르게 생각할 여지가 생길 수 있는 것처럼. -_-;;
...근데 우리 시대의 명작 '따개비 한문숙어'는 왜 절판된 거냐. 그게 한문숙어로서는 정말 최고의 책인데 ㅠㅠ
잘 알려진 이야기다. 네 살 정도의 무렵, 화폐 개념을 모르던 나는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서 사탕을 마음껏 고르고 버찌씨를 내민다. 위그든씨는 잠시 당혹해 하더니, 2센트를 거슬러주고 사탕을 내민다. 훗날 나는 어른이 되어 열대어가게 주인이 되었는데 어느 날 어린 남매가 찾아온다. 열대어를 잔뜩 고르고나서 내미는 게 25센트어치 동전. 문득 위그든씨의 기억이 되살아난 나는 그와 똑같이 행동한다. 그가 내가 내민 버찌씨를 받아들이며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이 훈훈한(?) 이야기는 파란의 야마꼬툰에 의해 패러디되어 개그 이미지로 전락하고 말았다.-_-; 사실 버찌씨는 진짜 소박한데, 25센트 내고 30달러어치 열대어 사 간 애들은 진짜 고수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정작 어릴 때는 대수롭지 않게 읽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으로서는 어린 아이가 화폐경제 개념을 아예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것을 묵묵히 지켜주려고 했던 위그든씨가 얼마나 마음이 따뜻하고 위대했던 것인지, 새삼 와 닿는 것이었다.
나는 이처럼 감동하고 있었는데, 13세짜리(빠른 95-_-;) 내 학생 녀석은 이런다.
아 위그든 바보네. (언어순화-_-;;;;)
뭐 13세가 그렇지 않은가. 우리 때도 그랬다. 괜히 거칠고, 삐딱하고, 영악하고 그러는 게 멋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알 건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나이.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야 알 건 다 알아서 정작 뭐 모르는 때였지만, 그 시절 스스로 그런 거 알 리가 있나. 그런데 요즘 애들은 진짜 알 거 다 안다. 이 녀석은 웃대에 들락거리고, 친구들과 서든어택과 스타를 하고 (카트는 유치해서 안 한댄다-_-;;;), 웃찾사도 보고, 무한도전도 보고. 술 안 마시는 것만 제외하면 대학생과 다를 바가 없다. 그 나이 특유의 경험부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너무나 많은 경험을 기성세대와 함께 한다.-_-;
그만큼 기존의 문화를 일찌감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아니 때로는 적극적으로 선도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만큼 어쩌면 기성 문화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드는 것만 같다.
원래 이 나이 대의 애들이 생각이 없는 게 당연하지만, 그 생각이 없을 때 물밀듯이 쏟아지는 신천지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 무력한 게 아니라 그 신천지를 휘젓고 다니는 것이 요즘 '초딩'이지만, 뭔가 다르게 생각해 볼 여지, 즉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은 무력하게 죽어버리지 않는가. 생각이 없는 대신 상상력이 빛나는 시기이건만.
이 녀석이 고사성어에 약해서 고사성어 책 사러 서점에 갔더니, 청소년 코너 한 켠에는 어린이 경제서적이 한 가득, 다른 한 켠에는 논술서적이 한 가득하다. 경제서적이 우리 때 박상률, 곽유리 씨가 지은 '경제는 내 사랑' 시리즈 수준이었다면 참 멋지련만 뭐 그런건 아니고..
어쨌거나, 영어도 조기교육, 논술도 조기교육, 경제도 조기교육. 요즘 초등학생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는데, 이들이 자라면 이 나라 아무래도 FTA하면서 미국이랑 붙어도 경쟁력에 걱정 없겠다.-_-;; 근데 얘들 크려면 아직 멀었는데, 너무 성급한거 아니니 ㅡㅡ;;;
"이해의 선물"따위를 주는 어른들이야 옛날에도 없었으니까 이런 소설이 나왔겠지만, 이제 버찌씨를 내미는 애들도 없다. (아니 그냥 가져가는 애들이 있다는 게 희망?-_-?) 요즘 어린이들 처음 인터넷 접속하는 나이가 3~5세라는 신문보도가 사실일까. 그렇다면 진짜 얘네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세상이 올런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 한편으로 정말로 씁쓸하다. 어린 애들 가르쳐보면서, 확실히 이 녀석들은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함'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 돈 등과 관련해서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바깥을 생각할 여지는 조금도 없는 것 같다. 세상은 원래 이런 거 아니냐고.
아니지, 나중에 커서 논술과외 하면 다시 반쯤 빨갛게 칠해지는구나. 좋았어.-_-;
...가만 현행 논술이야 원래 상위 6% 정도만을 위한 거잖아. -.-;;;
어쩌면 정말 몰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군대 안 간 사람들 가운데 가끔 군대에 대한 환상 있는 사람 있듯이, 정작 나도 어릴 때 이 소설 비웃긴 했지만, 나중에 험난한 경쟁에 내몰릴 때가 되었을 때, 다르게 생각할 여지가 생길 수 있는 것처럼. -_-;;
...근데 우리 시대의 명작 '따개비 한문숙어'는 왜 절판된 거냐. 그게 한문숙어로서는 정말 최고의 책인데 ㅠㅠ
# by 은하 | 2007/03/30 01:14 | 발견 | 트랙백 | 덧글(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