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13일
NANA에 취하다 (1)
나나. 한 발짝 더 다가설수록 빛을 바래 버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이번에 18권을 읽고 완전히 취해버렸다.
나나 & 하치
오사키 나나는 보면 볼수록 나와 닮았다. 기타와 담배만을 들고 도쿄로 상경할 때의 나나처럼, 꿈을 향해 달리는 당찬 그녀같아 보여도. 실상은 눈 앞에 닥친 위기에 야스한테 안겨서 울고, 예전에 노부를 안아주며 또 울고, 고맙다는 한 마디에 또 눈물 떨구고, 렌에게 '나 말고 다른 여자에게 곡 같은 거 써주지 마!' 하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며 혼자 난동을 피우고. 도대체 진정이 안 되는 시한폭탄같은 인간. 나나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런 기억따위 없는 나는 왜 닮았는지 알 수가 없다.
오사키 나나는 상대방이 소중히 하는 것을 함께 아껴줄 줄 모른다. 같은 담배, 같은 수의 피어싱, 같은 부츠, 같은 침대, 같은 꿈. 하나라도 같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것은 그만큼의 지독한 집착 때문. 나나에게 꿈이란 결국 사랑과 같다. 어느 하나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다른 하나도 꼭 이루어야 한다고 나나는 믿고 있지만 꿈과 사랑의 관계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여하간에 그러니 하치가 사소하지만 딸기컵을 들고 먼저 같이 세트로 하자고 했을 때 나나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러나 그 행복이 클수록 나나는 하치에게 집착하게 되니까 파국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만화가 '지독한 이야기'라는 것은, 무엇보다 오사키 나나 본인도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치와 렌과의 관계 문제에서는 나나 스스로도 자신을 반성하고 (그러니 야스를 위로해 줄 기특한 생각까지 하는 정도로 발전한다), 어머니의 문제가 터졌을 때는 음악으로 극복해내고, 지금 음악적 문제가 터졌을 때조차 솔로로 뛰면서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지만
끝내 결국에는 파국을 맞는다는 얘기니, 대체 이렇게 강해지려고 애쓰는 인간이 완전히 부서질 만한 사건이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리고 그렇게 파멸할 때의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절망적일까.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무덤덤한 회상조가 더욱 기대하게 그리고 조금은 더욱 두렵게 만든다.
하치가 왜 나나보다 더 강할 수 있는지 이번 권에서야 알 거 같다. 하치는 소중한 사람의 소중한 것들도 아껴줄 줄 안다. 다름의 공존을 아는 사람이다. 하치는 자존심도 뭣도 없는 여자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굉장한 자신감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나나처럼 상대방과 완전히 똑같아지고 그의 모든 걸 소유하지 않으면 불안해 못 견디는 사람은 그만큼 자신감이 없다는 이야기니까.
"나나(하치)는 현실이 이상과 다르다는 걸 나름대로 터득하고 있어.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그런데도 굴하지 않고 꿈을 간직하고 있는 게 귀엽지." (9권, by 타쿠미)
그런 자신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나랑 닮은 나나는 일어날 수 있을 것인지. 젊은 그들의 꿈과 사랑은 어찌되는 것인지.
어서 나와주었으면 좋겠어.
예의 그 담담한 회상조로.
나는 그 때까지 취해 있을지도 몰라.
# by 은하 | 2008/01/13 00:53 | 트랙백(1)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