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12일
투표 안 하는 20대들에게 대처할 진보신당의 자세
현재의 보수 세력이 어떻건, 젊은이들이 투표를 안 하건, 보수 언론이 진보정당에 대해 어떻게 까대고 어떤 총체적 오해를 가하게 만들 건간에...이 모든 것은 당연히 현재로서는 안고 가야 할 '상수'입니다. 오해가 있다면 보수언론을 탓할 게 아니라, 어차피 아무리 떼를 써도 보수언론은 초지일관 할 것이기에, "보수언론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을 획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이 글은 철저히 진보신당 입장에서 쓴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진보신당의 의석 0석은 분하지만 예측가능했던 결과라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을 나온다는 것은 민주노동당 어깨 위에서 새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란 대동소이한 라이벌을 두고 다시 제로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요. 가뜩이나 20대 70%, 국민 56%가 기존 정치에 실망했다는 지표는 어떤 의미에서는 희망적이네요. 진보운동 하는 사람들을 절망케 할 그 숱한 장애물과 절망적 상황들이 나란히 있으면서도.
이번 선거만큼 선관위가 못 했다 싶은 선거도 없지만 투표율은 선관위가 높이는 게 아니라 , 제 정치세력이 높인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정치동향은 아무도 선거 참여율을 높일만큼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평가일까요. 다음 선거에는 각각의 정당들이 투표율을 높일 만큼 좀 매력적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길을 걷는 만큼 진보신당이 그 역할의 중심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20대 투표율은 30%라고 하더군요.
19%가 낚시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20대의 낮은 투표율이 이슈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씁쓸다행이기도 하네요.
(영국의 지난 총선 20대 투표율이 39%라길래 비웃었는데 이런 일이 ㅠㅠ)
시작
20대에게 대세는 한나라당 지지가 아니라 기권이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50%가 넘는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투표한 30%에 해당하는 일이며 그렇게 따지면 20대 중에 열렬한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2007년 대선 내 주변의 20대들이 한나라당을 찍은 이유는 결코 먹고사니즘이 아니었다. 이명박의 40%가 넘는 강철의 지지율과 이에 비해서는 너무나 힘없어 보이는 다른 후보들. 누구를 찍어도 어차피 이명박이 당선된다는 절망감에 다수는 자포자기로 이명박을 찍었고 다수는 아예 투표를 포기해 버렸다. 나는 총선도 그 마찬가지 결과라 생각한다.
20대들이 투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오래 전부터 말하곤 했다. 그들은 "민주시민의식을 상실한 개념없는 젊은이"가 아니라, 내 친구이고, 내 동생이고, 내 이웃인 사람들이다. 이렇게 한 꺼풀만 벗겨놓고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을 들을 수 있다. 투표하지 않았던 81%의 슬픔을. 그들은 정말 추적추적 비오는 투표날 놀러가느라 바빠서 선거권을 던져버렸을까.
1. 죄송합니다 찍을 사람이 없습니다.
부산 서구에서 실제 어느 투표용지에는 위와 같은 말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출마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무소속, 평화통일가정당. 이 사람이 대체 누구를 찍어야 하나. 아마 비례대표조차 없었으면 투표장까지 간신히라도 나오기 쉽지 않았을 법 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정치는 정치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선거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비례대표조차도 포기하게 만드는 암울한 힘이 있다.
1) 한나라당 : 지자체, 대통령, 국회 3종세트 완벽한 클리어. IMF의 주범, 차떼기 정당, 부패정당. 대부분의 국민 정서랑 안 맞는 소리나 하고 있는 뉴라이트 계열 다수. 땅투기 의혹에 대해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장관 후보, 제자 논문이나 표절하면서 "우리나라 복지정책이 안 되는 이유는 신앙심이 부족해서이다"라고 일간지에 칼럼을 쓰는 복지부 장관 후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상상을 초월할 끔찍한 재앙을 몰고 올 대운하. 조금만 이야기 들어보면 아찔한 의보민영화. 장학금 확충과 기여입학제로 대학등록금을 해결하겠다는 안일한 발상. 이 나라 청소년들을 확실히 지옥으로 몰아넣을 자립형 사립고 정책.
그리고 이 모든 정책을 다 일일히 생각하기도 전에, 일단 피부에 와 닿는 MB의 인상 (미안하지만 40대 이후 자신의 얼굴은 유전이 아니라 인생의 반영이라 생각한다), 전여옥의 막말, 아륀지나 지껄이는 인수위. 도무지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다. 투표장에서 한나라당 찍는 20대들은 정말 대단한거다.
2) 통합민주당 : 말로는 한나라당을 견제해 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의 지역구 공약을 보면 한나라당과 전혀 차이가 없다. 적어도 서울,경기에서는 확실히 그랬다. 모두 다 하나같이 뉴타운 건축, 특목고 유치, 상가재개발. (모두 다 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금실 공약이기도 했다) 아무리 봐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런 데 어떻게 견제구를 맡기나? 차라리 진짜 뉴타운과 특목고 유치를 원한다면 힘 있는 여당 의원을 뽑는 게 훨씬 낫다. 정말 견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민주당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정당이다. - 김근태, 추미애 등의 아까운 인재풀에도 불구하고.
3) 민주노동당 : 원내 진출 5년. 물론 많은 일을 했지마는, 원내 제 3당이라고 생각하면, 그리고 기대한 것을 생각하면 슬픈 감이 있다. 아무리 조중동의 폄훼질이 있어도 이건 좀 아니다. 서민정당이라고 하면서 정작 크게 와 닿지 않는 국보법 문제나 북한 문제에 올인하고, 북핵문제 터져서 "서민들은" 불안해 죽겠는데 북한 옹호하는 발언이나 하고, 맨날 무섭게시리 임을 위한 행진곡 틀면서 우울한 분위기나 내고. 대선후보를 냈는데 공약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코리아연방공화국 하면 만사가 해결되나? 내 취업도? 게다가 공약은 왜 그리 어려운가. "도시 사회주의"라니 이건 또 뭔 말이야. (06년 서울시장 김종철 공약) 혹시나 궁금해서 당게라는 곳에 접속하면 맨날 싸움박질들이다. NL? PD? 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20년 전에나 의미있었던 얘기라던데. 으악 백만민중대회!!! 이 교통대란!!!(이 당을 말하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 ㅠㅠ)
4) 진보신당 : 누구냐 넌?
5) 창조한국당 : 문국현 때문에 유명해졌다. 근데 문국현 외에 아는 정보가 없다. 이래도 정당인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어.
6) 자유선진당 :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이념적 정통보수라면 차라리 좋아할 수도 있었겠다. 그런데 정작 "충청권" 이야기만 한다. 김종필의 강림인가. 전혀 자유롭지도 선진적이지도 않다. 아 드디어 생각났다. 저번 대선에만 해도 매우 번듯해 보이던 우리 킹왕창 회창옹이 2002년 전 차떼기 주역이었지..ㅡㅡ;;;;
...이렇게 생각하는 20대에게 과연 "무관심"과 "무지"라는 돌파매질을 할 수 있을까? 부끄럽게도 이러한 판단은 매우 정확하다. 현재 모든 정당은 이와 같은 약점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어느 정당도 여기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한 바가 없다. 진보신당을 알리면서 애를 먹었다. 그러나 솔직히 진보신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말하기는 어려웠다. 나도 모른다. 강령? 물론 있지만 강령대로만 된다면 민주노동당도 이 꼴이 나지는 않았다. 공약? 공약대로만 된다면 우리 나라 지상 낙원이다.
정당도 인물도 결국은 살아온 내력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한나라당, 민주당의 내력이란 결국 답을 줄 수가 없다. 민주노동당도 일방적으로 비판하기에는 한없이 마음아프지만 유권자들의 거부감에 수긍이 가고 만다. 그리고 진보신당은 아예 내력 자체가 현재로서는 없다. 진보신당에게는 정말 이거야! 하고 보여줄 수 있는 실적과 활동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표를 끌어올 수 있다.
2. 노무현이 당선되는 날 정말 세상이 크게 바뀔 줄 알았는데.
나는 85년생. 24살. 그러니까 20대 중에서도 딱 중간이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세상물정에 뭣도 모를 때 IMF가 터졌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굉장했지만 당시로서도 대쪽같고 깨끗한 정치신인 이회창에 대한 인기는 높았다. 그러나 아들 병역문제는 그런 만큼 배신이 컸고, 김대중이 당선되었다. 부모님이 경상도 분이시라 처음에는 나도 껄끄러웠지만, 남북이 대화하고, IMF도 졸업하고 무엇인가 변화하는 게 보였다. 한국사회는 개혁을 갈망했다. 우리는 왜 IMF를 맞이했을까. OECD도 가입하고 나름 선진국의 경제수준으로 도달했는데, 정작 제도나 의식 문화가 따라주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낡은 것에 대한 분노가 몰아쳤다.
세상일에 관심을 가질법한 고등학교 2학년 때 역대 가장 스릴있었던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이회창 VS 노무현. 그 당시 우리는 선거권도 없었으면서 대선에 열광하다가 기말고사 말아먹은 사람이 여럿 되었다. 그래도 즐거웠다. 영남과 호남, 보수와 진보, 기성세대와 젊은층이 확실히 갈렸다. 노무현은 누가 봐도 우리를 대변해주는 거 같았다. 그 동안 안티조선운동이 있었고, 진중권, 고종석, 강준만 등의 이런 필자들이 이름을 날렸고, 고등학교에서도 각자 집에서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가져와서 돌려보는게 유행이 되었고, 대통령 선거는 조선일보가 미는 사람이 될 지, 한겨레가 미는 사람이 될 지 전혀 예측하기 어려웠다. 결국은 노무현이 당선되었고. 뭔가 세상이 제대로 바뀔 줄 알았다. 19세가 되기 직전의 어느 날에.
5년 후.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의료, 교육, 복지 등 각 공공부문에서의 산업화가 진행되었고,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하겠다던 개혁은 모두 반쪽짜리 개혁으로 끝이 났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투표를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투표를 통해 걸었던 기대와 반대로만 갈 수는 없다. 87년 이전에는 애초에 자유로운 선거가 불가능했고, 그나마 기성세대는 87년, 93년, 97년 선거를 거치며 선거를 통한 세상의 변화를 아주 조금은 겪어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의 20대들이 기억하는 첫 선거는 대체로 2002년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진보신당도 잘 모르겠다. "선거가 미래를 바꾼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증명해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려면 중앙정치에서 한 탕 하는 것보다 지역에서 바닥에서부터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예전의 민주노동당 "급식조례"가 그러했던 것처럼.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카드수수료 인하"운동이 그랬던 것처럼. 이건 언제 빛을 볼 지 장담도 할 수 없는 아찔한 경로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차라리 그렇게 뿌리를 내린다면, 그 어느 정당보다 튼튼한 정당이 될 지도 모르겠다. 경험이 말해주는 정당이. 방 속에 쳐박혀 있던 유권자들이 투표하러 나올만큼 매력적인 정당이.
결론.
너, 외롭구나!
그래 사실 20대는 외롭다. 어린 시절은 그 어느 세대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혜택을 입고 자랐지만, 그런 만큼 이웃간의 따뜻한 정이나 마을의 유대의식 따위는 모르고 자랐다. 그런 어린시절이 대학에서까지 이어진다. IMF 이후 한국 사회는 고독한 개인을 영원히 감싸주는 가족이나 직장 따위는 없는 것으로 안다. 현실은 지쳐있는데, 무엇보다 이런 20대들의 목소리를 받아줄 만한 정치세력조차 없다. 보수가 선택할 만한 품위있는 정통정당도 저 모양이고, 진보가 선택하고 싶은 정당은 너무 낡았고, 보수는 아니지만 진보진영 특유의 과격한 스타일이나 어깨에 힘 들어간 말투는 싫어하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다.(너무 미약해보인다.) 즉 받아줄 곳이 진정 아무데도 없다는 얘기다.
19%의 20대 투표율은 바꿔말하면 81%의 20대들이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딱히 모른다는 소리다. 상기와 같은 이유로 대체로 81%의 20대들은 정치 자체를 혐오하는 그닥 현명하지 않은 선택에 몰리고 말았지만, 여기서 역발상을 충분히 해 볼 수 있다. 20대의 마음을 잡는 쪽에게는 크나큰 정치적 성공이 보장될 것이라는 걸. 그리고 한국사회에 여전히 제대로 된 정당이 없으니까 위기는 기회다.
답은 간단하다. 외로운 20대들을 진정으로 외롭지 않게 해 줄 수 있으면 된다. 어쩌다 한 번 스치는 뉴스를 보다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겨였어!"라고 무릎을 칠 만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면 된다. 이 모든 것들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강기갑 봐라. 모두가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던 상황에서도 해내지 않았나.
바로 이 진정성을 위해 우리 스스로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민주노동당 당원 시절부터 느낀 것이지만, 진보운동 하는 젊은 친구들은 대체로 참 똑똑하고, 논쟁적이고, 날카롭고, 그리고 거만하다. 나를 포함해서, 내가 4년간 벌여왔던 숱한 삽질들 속에서 깨달았기에 하는 말이다. 때때로 "진보"를 지적 우월함의 근거로 사용하기에 그러느라 정녕 진보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시킬것을 고민하는 시간보다 진보적이지 않은 우매한 사람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비판할 것인가에 주력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는 한다. 그러면 스스로의 똑똑함에 크나큰 만족을 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우리 스스로의 외로움만 가중시킬 것이다. 신념과 이지로 똘똘 뭉친 자신에게 도취하는 순간, 남의 말을 듣는 귀를 잃어버리고, 귀가 안 들리면 한 쪽 눈도 잃어버린다. 자기가 무조건 옳은 줄 아는 진보세력이 어떻게 침몰하는 지는 이미 5년간 지겹도록 겪어버렸다.
얼마 전 크게 유행했던 광고 카피가 있다.
내 이름은 데이비드 베컴. 내 이야기 좀 들어줄래?
베컴이 아니라도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더구나 이처럼 험난하고 외로운 시대에는. 다만 들어줄 사람이 없을 뿐이다. 지금 20대가 딱 그런 형국이다. 바로 그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국밥할머니 아지매에서부터 청년백수 이영민까지.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용"하려는 사람에게조차 낚여버린다. 그러나 만약 이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면, 81%는 분명 움직인다. 이 나라의 나머지 54%가 움직인다. 우리는, 진보신당은 정말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진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는 필경 분명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원내 진입 하기 전까지 민주노동당이 걸어왔던 길이. 어쨌거나 문국현과 강기갑이 여당 실세를 꺾어버린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비록 석패했어도 노회찬, 심상정, 그리고 진보신당에서 쏟아진 유권자들의 표가 말해주듯이.
# by 은하 | 2008/04/12 13:00 | 트랙백(3) | 핑백(2) | 덧글(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