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24일
캠퍼스의 4월 말, 조금 이르게 5월에 부쳐
지난 4월 9일 총선 투표율은 50%도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보수 정당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습니다. 4월 19일은 그야말로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갔습니다. 나는 이 두 현상에서 서로 연관성을 느낍니다.
이는 4.19가 한국 민주주의의 기념비적 사건이었기에, 이를 기억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수호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나는 지난 4년간 반 행사건, 학교 행사건 4.19를 선열을 기리며 엄숙하고 숭고하게 맞아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날을 빙자하여(!) 모여서, 토론하고, 한바탕 놀아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재미를 함께 나눌 대상'으로서 공동체를 상상하게 되었다는 게 더 의미깊었습니다. 공동체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어떤 가치가 좋을지 고민하는 건 그런 다음에서나 가능한 단계입니다.
점점 더 공동체는 사라지고 개인들의 집체만 남는 거 같습니다. 가치를 고민하건 재미있게 놀 건 함께 할 사람은 사라지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소비' 뿐입니다. 소비라도 마음껏 하려면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니까, 개인들은 끝없이 성공해서 홀로 서 보려고 하지만, 역시나 외롭습니다. 지적인 폼잡기는 고사하고 그저 신나게 놀아보는 기회도 주지 못하는 무관심의 대학을 남겨준 거 같아 미안합니다. 그것도 자기들은 다 누렸으면서.
벚꽃이 피고 지고 연록색 이파리들이 숨을 틔워도 어쩐지 살짝은 황량한 봄입니다. 시험기간이라 아무래도 더 그렇겠지요. 그 와중 작년 11월에 선출되어 임기 반 바퀴를 돈 총학생회에 대한 대학신문의 평가는 반갑네요. 그것도 서울대학교라는 공간을 단순한 소비자들의 집합으로 보지 않아 더욱 반갑습니다.
요즘의 이 심심한, 때로는 끔찍한 세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에 대한 상상력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절실할 듯 합니다. 사실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문제에 처해 있는 동시대인이라는 감각에서 출발한 뿐인데. 그 감각을 전제로 선출된 '총학생회'라는 조직이야말로, 바로 학교라는 공간적 테두리에서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가는 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어떤 총학을 상상하느냐가 결국 어떤 공동체를 꿈꾸는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본의 아니게 황량한 시대에 사는 후배들이지만 적어도, 이렇게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신문의 51대 총학생회 중간평가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543
어쨌거나, 이런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총학생회 자체에게는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대신에 보다 적극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가치를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 by 은하 | 2008/04/24 04:05 | 학생사회 | 트랙백 | 덧글(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