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보며 느끼는 복잡한 생각들.

인간은 자신이 겪은 경험과 환경을 바탕으 해서만 사고할 수 있기에, 엄밀하게 말하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불가능하다. 나는 이를 민주당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새삼 깨달았다. 근자에 들어 내가 민주당(즉 구 열린우리당까지 포함하여)에 느끼는 감정은, "한나라당보다 더 밉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객관적 사실들에 근거한 판단이라고 믿었었다. 이글루스에 비지론 논쟁이 한창이었던 당시에도.

어릴 적 주변에 호남출신이 없었던 까닭에, 호남에 대한 서울사람들 (그리고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의 편견을 많이 접하며 자랐다. 김대중과 민주당(국민회의 등)에 대한 비방도 당연히 단골메뉴였다. 이를 보며 나는 여기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했고, 오히려 이에 반감을 가졌다. 어쨌거나 그리하여 민주당에 대해 나름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한다고 생각했다. 2002년 대선 때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권영길에게 조금 더 끌렸지만, 현실적으로는 노무현의 당선을 기원했고, 이라크 파병 이후에도 '4대개혁입법'만큼은 지지했었다. 뭐 지금의 입장이라면 민주당은 빨리 사라져주는 게,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쪽이지만.

그러나 역사 속에서 민주당은 구 민정당-민자당 계열에서 이어지는 한나라당과 어느 정도의 차이를 보이기는 했었다. 90년대 초 많은 386 정치인들이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을 택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슨상님'과 민주당이 정서적 공감대상이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호남사람들이 민주당에 갖는 어떤 희망, '함께 핍박받는 동시대적 존재'라는 연대감 등을 서울사람들의 호남편견과 마찬가지로, 영남사람들의 한나라당 지지와 마찬가지로, '비합리적 처사'라고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 평생 출신지역으로 설움당해 볼 일 없었던 서울내기의 경험에 근거한 편견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민주당의 신자유주의 노선이 사실상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는 켜녕 한나라당을 더 키워버렸다는 것이 일말의 진실이라면, 호남에서 느끼는 민주당에 대한 애틋한 감정 역시 틀림없는 진실이다. 다원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딱 잘라서 말해진다면, 오히려 그 쪽이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런 이유로 판단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대한 나의 메마른 감정 위에서 내린 판단은 가혹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 분명 있다. 지역구도 민주당을 짝었지만 그것은 그나마 우리동네에 출마한 민주당 인사가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라. 17대 상황만 예를 들어보자면

한나라당이 건보민영화라면, 열린우리당은 의료산업화였다.
한나라당이 금산분리폐지라면, 열린우리당은 이를 유지하는 와중에서도 삼성에게 많은 특혜를 내 주었다.
한나라당이 자립형 사립고 300개 공약과 더불어 '규제개혁'이란 명목으로 교육자율화를 내세웠다면, 열린우리당은 3불정책은 유지하긴 했지만, 한국사회 전반의 거시적 변화를 동반하는 교육관을 보여주지 못하고, 특목고 제도 보완 등의 대안을 내어놓았다.
한나라당은 FTA전에 대책없이 쇠고기 빗장 풀어주었고, 열린우리당은 FTA를 시작했다.
한나라당이 대운하면, 열린우리당은 새만금이다. (물론 시작은 노태우가 했지만...)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모든 정책에서 2단계정도 낮은 입장을 취했고, 지금에 와서야 보기에 그것은 차라리 아름다운 추억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글쎄, 내가 보기에 큰 맥락으로 본다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미래다 정도로 보는 게 나을 법 하다.

게다가 선거를 보면서 민주당이 더 답답했다. 지방선거는 사실상 무력했다고 인정하지만. 대선, 총선. 정말 이슈가 터질듯이 넘쳤는데, 정동영은 BBK 이야기만 하다가 끝이 났고, 민주당은 '견제론'만 읍소하다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대운하를 이슈화한 것은 문국현이었다. 지금 쇠고기 문제는 이회창이 가장 날카롭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논리적 날카로움을 (더구나 심,노까지 빠진 상황에서) 상실한 민주노동당은 대신에 강기갑 의원께서만 온 몸으로 저항하는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이는 인재가 없어서 그럴까. 패배의 충격에서 계속 못 헤어나오는 걸까. 아니면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모든 정책의 길을 닦아준 '오다 노부나가'였기에, 입.장.상 절대로 말할 수 없는 노릇인가.

여기에 민주당의 애매한 정체성이 진보정당의 발전에 어느 정도 장애가 된다는 점과 민주당에 대한 나의 무미건조한 감정들이 엮이면....그저 민주당은 빨리 정치무대에서 퇴장하는 게 답인 것처럼 보인다. 내가 민주당 당직자라도 골치아프다. 대체 한국사회에서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뭐가 있을까. 만약에 한국정치구조가 양당제로 가야 한다면 보수측은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을 선호할 것이고, 진보측은 민주노동당을 인정할 수 없다. 보수가 절대다수인 상황에서 다당제는 위험하다.

어쨌거나 한나라당은 그들이 진짜로 보호하고 싶은 상위 5%의 이익만큼은 확실히 보장하고 있고, 이념 자체가 어떻건간에 일관성은 있다. 그러나 정작 지지자를 배반하며 우왕좌왕거리는 열린우리당은 기왕 보수라면 '한나라당'을 지지하게 만들뿐더러, 선거라는 게임에 있어서 한나라당에 절대 무력. 전통적 지지자들은 아예 투표를 포기하게 만들었으니. 네 죄가 이래도 크지 않을까.

민주당은 손학규, 정동영, 김근태를 잃었고 대신 추미애, 이미경 등은 생환했다. 보수일변도의 정치구조에서 그래도 제 1 야당이다. 10년만의 야당생활이라 현직 민주당 정치인들중에 야당 플레이에 능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당에서 쌓은 역사와 관록은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FTA와 4대개혁입법은 같은 당의 이름을 걸고 추진되었었지. 대체 이 당은 어떻게 바라봐야하나. 민주노동당조차 분당내홍을 겪어도 순식간에 망하지는 않는데, 민주당이야 더 말할 것도 없겠다만.

진보신당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꽤나 걸릴테인데, 당분간 대항마없는 보수의 시대는 오래 지속될 거 같다.
민주당에게 제1야당으로 정신차리고 제대로 해 보라고 하기도, 그대로 망하고 있으라고 말하기도 난감하다.

by 은하 | 2008/04/25 03:45 | 생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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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별밤 at 2008/04/25 09:53
민주당이 그나마 나아질 수 있으려면,
1. '선생님'이 이만 정치에서 손 떼셔야 하고,
2.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이라는 애매한 지표 말고 뚜렷한 이념과 방향을 설정하며,
3. 1번의 연장에서 지역구도에 매이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걸 공천 때 해볼려다가 안 된게 지난 총선이었던 것 같네요. 그렇다고 공천이 꼭 바르게 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공도, 과도 정치적 경험이라고 봤을 때 민주당 40사(史)도 나올 법 하네요.
'50년 보수의 역사'에 비견될 '40년 삽질과 방황의 역사'로도 볼 수 있겠지요...-_-;;;
Commented by 페이비언™ at 2008/04/26 15:05
한미FTA와 4대개혁입법은 동시에 추진되지 않았음. 1년반의 시차를 동시라고 말하면 좀 민망. 그리고 민주당은 망할지 몰라도 '잃어버린 10년' 동안 훌쩍 성장해버린 민주화세력은 쉽게 망하지 않을 것임. 알아서 활로를 찾겠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민감한 이들이라면 현재의 세계적 추세가 결코 현 정부에 유리하지 않다는 걸 깨달을지니.
Commented by 은하 at 2008/04/28 10:41
별밤//1은 어떻게 되더라도, 한국사회의 상황상 2 자체를 민주당이 설정하기 어려워 보이네요.,ㅡㅜ
페이비언//동시에->같은 세력에 의해 : 구체적으로 추진한 사람들은 다르더라도, 어쨌든 한 정당의 이름으로 내건 만큼 책임을 져야 하겠지. 하지만 어휘선택을 이렇게 못하다니. 난 역시 바보같해 ㅠㅠ 학자적 자질 마이너스야 ㅠㅠ
Commented by 푸하하 at 2008/10/27 14:03
좀더 현실적인 글좀 써주시죠~!!!
지금 이상황이 그런 고매한 이유들로 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하십니까~!!
첫째 민주당이 잘못한건 수도를 옮길려고 한거라고 생각됨~!!
국가 균형 발전 시켜야 겠다는 생각으로 수도 충청으로 옮길려고 했더니(사실 박정희 때부터 옮길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 지역주위에 사로잡힌 서울 시민들~!! 집값떨어질것같으니까~!! 반대한거구~!! 그때부터 이미 서울 민심은 떠나 버린거죠~!!! 그리고 세금으로 대운한 뚤어주시다니까~!! 건설업계 좋다고 찍었고~!! 대운하 주변 국민들 지들 부자 될줄 알고 찍고~!! 뉴타운 만들어 준다니까 돈좀 되겠구나 하구 좋다구 찍었구~!!!
멋좀 아는척 지적인청 끄적이 시는것같은데~!! 좀더 현실적으로 끄적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대선은 탐욕에 휩싸인 멍청한 국민들이 사기극에 넘어간것 뿐입니다...
머.. 몇몇 부분은 인정함~!! 그런데 한나라당은 사라져야 대한민국이 평안하고 민주당이 보수고 사실 한국에 진보 세력은 없는것같구 그나마~!! 민노당 정도~!!
Commented by 푸하하 at 2008/10/27 14:06
참 한심하다~!! 에고~!!
아는척 지적인첫 지껄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가서 절망 공부좀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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