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누가 20대에게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50~60대가 만들어놓은 사회 구조 속에,30~40대(가 20대 였을 때)만큼의 사회를 향한 기회도 잡지 못한 채,
10대 만큼의 열린 사고도, 여유로운 시간도 없이,
조만간 오로지 "돈" 만을 숭배하는 사회로 내팽겨쳐질 20대들에게
오직 "개인적인 (돈 버는)능력 키우기" 만을 강요해 온 사회를 우선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보여줘야 하는것이다.
한국사회에도 "승리하는 정의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보여주지 못하면 지금의 10대가 지금의 20대처럼 되어가지 않으리란 법 없다.
그러니 이제 그만 돌을 놓길 바란다.
지금의 20대는
청춘의 낭만도, 사상도, 열린 생각도, 미래조차도 박탈 당한채
코가 뚫린 소처럼 이리저리 끌려오기만을 강요당한 불쌍한 세대라는 것을.
20대를 여러분의 아군으로 만들려면 그들을 격려하고 이해하고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윽박지르고 호통치는 것은 새로운 적군을 만들 뿐이다.
-일부 발췌-
행동하지 않는 20대에 대한 비판이 아고라의 새로운 이슈가 된 요즘, 가장 인상적인 글.
누가 썼을까. 아마도 관점과 논조로 보아 20대 이상의 세대가 현 사태를 살펴보며 썼을 것이다. 20대가 쓸 수도 없는 내용이지만, 20대가 썼다가는 글의 설득력을 반토막낸다. 이 글은 기성세대가 썼다면 20대를 무기력하게 방치하는 사회구조를 만들어낸 장본인으로서 자기반성과 새로운 결단일 수 있겠지만, 20대가 쓰면 아무리 논리적이어도 기본적으로 자기합리화 내지 변명이다.
누구를 대상으로 썼을까. 당연히 20대를 맹비난하는 다른 세대들, 특히 20대보다 앞선 세대들일 것이다. 오늘의 20대 문제는 사회가 만들어 낸 문제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다른 세대들의 연대와 공감이 절실하다는 것인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 판에서 20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작 별로 없다. 문제를 일으킨 것도 다른 세대, 해결하는 것도 다른 세대. 정작 당사자인 우리들은 무엇인가.
그래서 나름 이해받는다고 여겨졌던 이 글을 봤을 때에도 반갑고 고맙기보다는 슬펐다. 우리들은 글의 주체도 객체도 되지 못한다.
대체 20대인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신나게 우리 20대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그것은 같은 시대의 아픔을 겪는 동시대인들을 한 번 더 배반하는 길이자, 정작 이 배반은 나의 '그래도 남들보다 나은 처지'에서 기인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대 입장에서 구구절절 변명하기도 싫다. 내가 쓰고 싶은 건 우리 스스로의 삶에 대한 실존적 선택이지, 자기연민과 위안도 아닌데.
그래서 그냥 20대 문제를 외면하고 싶다. 아니 문제를 거론하더라도 '20대가 암울하다'는 말은 쏙 빼놓고 하고 싶다. 등록금, 아르바이트, 캠퍼스 상업화, 노동자의 피를 먹고 자라는 비지니스 프렌들리, 그래그래. 적어도 우리 삶을 암울하게 만드는 것에 차라리 직접적으로 타격하고 싶지만, 20대 빠진 20대 담론을 보고 있자니 그대로 주저앉는다. 거침없는 비판도, 자기반성도 못 하는 펜이라면 차라리 내 손등을 찍어서 영원히 불구의 몸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나, 라는 존재는 그래.
요즘은 글 못 쓴다는 소리 하도 들어서 면역이 되어있을 것도 같은데 별로 그렇지도 못하다. 왜 그런지 내가 이유를 가장 잘 알고 있다. 원래 내 글은 아름답거나 해학적이거나 깔끔해서 매력넘치는 문장과 거리가 멀었다. 글의 구조적 완결성도 별로다. 한 가지 주장에 대한 논리성은 나름 치밀하게 갖추고자 하나, 공격만 하고 방어는 별로 안 하는 글이기 때문에 허점은 여러 군데서 드러나고, 깔 마음만 먹으면 쉽게 깔 수 있는 글이다. 워낙에 자기 세계가 강해서 헛소리도 종종 한다.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글이 삶의 진정성에서 나왔다는 것이었다. 글 자체보다도 글쓴이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지'가 절절이 드러나는 글이었기에 읽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바꿔 말하면, 글쓴이의 생생한 목소리가 글 자체의 부실함을 커버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도 내 글에 그 정도 의미만을 두기 때문에 그 말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
그래서 지금 글을 못 쓰는 이유는 당연하다. 글이 예전만 못 하다는 것은 삶에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스무살짜리 풋내기 블로거가 거의 매일같이 하루에 한 건 이상 글을 올릴 수 있었던 건, 학생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일종의 시민의식과 역사학과 대학원 간다는 꿈이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를 위해 움직일 때 항상 아이디어도 나왔고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제 학생회는 그만둔지도, 내 꿈은 과연 내가 갈 길이 맞는지 번민하여 표류한 지가 1년 반이 넘었다. 그리고 이거 두 가지가 사라지니까 사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모르는 거 같기도 하다. 어쩌면 전부였는데.
학생회는 언젠가 그만두는 것이 당연하지만, 꿈의 상실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자괴감이 더욱 속을 병들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금요일까지가 대학원 원서 접수 기간인데, 두 군데 다 서류를 받아놓고 아직 작성도 안 하고 았는 건 너무하잖아.
한가한 20대다. 가끔은 진로선택이 선택이 아니라 당위인 녀석들도 있는데, 그 보다는 환경이 심~하게 낫다는 증거. 그래서 나의 경우는 우리 20대들이 88만원 세대라 암울해서 그래요 이런 말도 못 한다. 그들과 공명도 못하고. 그런데 20대 담론을 볼 때마다 어쩐지 내가 그 증거가 되는 거 같아서 계속 속은 아프다. 병 들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