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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17일
#1. Mind Control
여름밤은 자전거를 타기 가장 좋을 때인 거 같다. 에어컨의 미슥한 바람이 아닌, 내 다리가 돌려 일으키는 바람은 더없이 싱그럽다. 진한 풀내음을 맡으며 반짝반짝하는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다른 계절에는 느끼기 어려운 매력이다. 이게 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깔려있고 길 가에 가로등 많은 신도시라 그렇다구요? 맞습니다 맞고요 ㅡ.,ㅜ 무엇보다 여름철에 '시원함'을 한껏 느낄 수 있기에 더더욱 좋은 게 아닐까 싶다. 몸에 끈적하게 맺힌 땀기운은 물론,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둔 근심까지 날려버리는 시원함.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씽씽 질주하면 자신도 모르게 긍정의 마음이 생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 바꿔말하면 변화를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시간. 무엇을 해도 밑져야 본전. 잘되면 대박. "주사위는 던져졌다!"라고 느끼는 순간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수밖에 없지만, 요즘들어 느끼는 건 주사위는 자기가 던지는 게 아니라 운명이 휙 던져버리는거다. 선택했다고 믿고 있었지만 정작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얼마나 되나. 그런 무력함에 기죽지 말고 오히려 엔딩을 알 수 없는 드라마를 보는 기분마냥, 당장 지금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해 버린다면, 다 잘 될거라는 믿음마저 들었다. 내리막길에서. 그리고 이윽고 오르막길에서는 견디다 못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느라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_-; #2, Speed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참으로 진부하지만, 진부하다는 건 그만큼 보편적이라는 얘기다. 이번 고유가사태야 말로 바로 그 위기이자 기회인 듯 하다. 무절제한 생산과 소비 위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친환경 저소비형으로 사회를 다시 구성할 수 있는 기회. 물론 난 고유가 시대와 아무 상관 없이, 학원알바해서 모은 돈은 다 바닥이 났고 집에서는 눈치보여서 돈 달라고 할 처지는 안 되고, 교통카드조차 잔액 0원이 되는 안습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오늘 저녁 자전거를 이용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자전거가 일반적인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특별한 취미나 레져용으로 인식되고 있다만, 일상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면 생각보다 훨씬 편리하긴 하다. 물론 자전거도로와 안전한 자전거 주차장이 있을 때에야 일이지만 ㄱ- 여하간 대체로 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돌아다녀야하며, 집과 버스 정류장이 바로 붙어있는 경우는 드물고 또 배차시간까지 고려하면 마을버스로 10정거장 내외는 자전거를 타는 게 시간도 더 빠른 경우가 많다. 내가 그렇게 잘 타는 실력이 아님에도 우리집에서 시립도서관까지 가는데, 버스로는 10분 (그런데 버스타는 곳까지 가는 게 10분) 도보로는 40분 자전거로는 15분 하지만 오늘처럼 새로 생긴 도서관이 어딘지 몰라 헤매면서 찾아다니면 60분이다. ㄱ- #3. Slim 엄마가 요가를 배우러 다니라고 계속 나에게 압박을 넣고 계시다. 이런 살기 어려운 때에 그래도 뭐 배우라고 등떠미는거야 (너 요새 살쪄서 보기 싫구나의 함의가 있을지언정 ㄱ-) 감사할 일이다만, 워낙 가난해진 관계로 요가비 7만원을 꿀꺽 삼켜버리고 다른 운동으로 대채해 버릴까 하는 음모도 30초간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난 착하니까 훗. 여튼 요가를 하건 안 하건 다른 운동을 한다면 역시 별 거 없이 자전거! 따로 특별한 시간을 낼 것도 없이, 지하철역이나 도서관만 자전거를 타고 왔다갔다해도 큰 운동이다. ...그러고보니 엄마가 요가 비디오를 사 오실 계획을 하고 있다. 응? 그런거였어?ㅠㅠ 여튼 자전거는 운동효과 최고다. 무엇보다 나처럼 변덕이 심한 아이에게 딱 좋은 건 질릴 틈이 없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코스는 내 마음대로 정하면 그만이니까. 오르막길에서는 낑낑대고 내리막길에서는 신나게 질주하는 자연스러움이 러닝머신의 정해진 리듬감 위를 달리는 것보다 더 기분좋다. 그렇게 오늘도 땀이 기분좋게 송글송글 맺혀서 돌아왔는데. 그래봤자 오자마자 배고파서 밤 11시에 두유 1팩이랑 촉촉한 초코칩 3개 먹으면 아무 소용 없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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