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31일
강남이 왜 욕을 먹느냐고? 구한말 사대부들을 보라
강남에서 지지하는 한나라당의 대통령-국회-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싹쓸이
강남이 미는 교육감 후보의 당선
종부세 완화 등 친 강남 경제정책
트렌드가 되는 강남식 소비문화
정치, 경제, 교육, 문화...그 어느 곳을 가리지 않고 강남불패의 신화가 이어지고 있다.
점차 부유층에게만 유리하게 재편되어가는 한국사회구조의 중심에는 강남이 있고, 또한 이 과정이 강남의 승승장구로 이어지는 순환되는 구조이다. 고려시대 지배층이 귀족이고, 조선시대 지배층이 사대부이고, 일제시대 지배층은 일본인 및 친일파였다면 현재의 지배층은 아무래도 강남이 아닐까.
그런데 이렇게 강남불패행진이 지속될수록 강남사람들(혹은 강남도 아니면서 강남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볼멘 목소리도 함께 높아가는 것 같다. 능력 있어서 잘 사는 것이 죄냐? 가지지 못한 자들의 열등감과 불만 아닌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달라? (누군가는 좌빨의 본거지라고 하지만) 아고라를 보아도 대한민국의 지배층에 쏟아지는 질타에 대한 강남 사람들의 역습은 이미 상당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듯 하다.
욕을 먹는 데 대한 불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금 강남은 대한민국의 지배층이어서가 아니라, 지배층으로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욕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외면한 채, 이를 못 가진 자들의 시기와 열등감으로 여기고 지나가 버린다면, 강남은 물론 이 나라 자체의 미래는 없다.
어느 사회나 지배층이 없을 수는 없다. 인간사회에서 완전한 평등을 이루기는 힘든 만큼, 무계급을 지향하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공산당 간부는 특권을 누렸고, 유럽의 복지국가도 계층불평등 수준이 낮긴 하지만, 엄연히 상류층이 존재한다. 하다못해 순진무구해보이는 어린애들이 노는 걸 보아도 리더그룹은 생긴다고 한다. 문제는 지배층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냐에 있다.
지배층이 지배층이 된 데에는, 개인의 뛰어난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걸 지배층은 능력없다라고 읽는 난독증 환자들은 그냥 스크롤 내리고 다른데로 가시길) 사회 전체가 특정 집단을 향해 부와 권력을 몰아주는 시스템이 지배층을 낳는 것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사대부의 도덕적 이상과 고결함을 지배의 근거로 내세웠지만, 향촌에서 소농의 양반종속을 의미하는 지주전호제라는 경제체제가 바탕이 되었기에, 그들의 사회지배가 가능했다. 21세기 한국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이어지고, 수도권으로 부와 권력이 집중된 토대 위에서 지배층이 탄생한다.
지배층은 또한 시대의 가치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는 당연히 힘이 세고 무술이 능한 자가 지배층이 되었고, 조선시대에는 학식과 인품이, 현대사회에서는 공교롭지만 돈이 그 기준이 된다. 이러한 기준이라는 것은 결국 당대 사회의 욕망의 결과, 즉 동시대인들의 합의의 산물이다. 이런 합의 없이 지배층은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명문대 출신들의 사회지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동시대인들이 지식을 지배의 권위로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한 세기 전만 해도 충분히 뒤집어 질 수 있는 논리다. (조선시대에 의술과 기술, 법학은 중인계층의 업으로 2류취급 받았던 것을 생각해보라!) 요컨대, 지배층은 어느 시대이건간에 절대적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와 동시대인들에게 빚을 지고 현재의 위치에 앉아 있는 것이다.
지배층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요구되는 것의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워낙 척박하기에 다소 미화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지배층들이 스스로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와 동시대인들에게 졌던 빚을 되돌려주는 일이다. 이조차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돈 빌려놓고 떼어먹는 자나 다름없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지배층들에 대한 존경까지 철회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의무를 다 지키는 것은 아니니까.
다시 21세기 강남으로 이야기를 돌려보면, 강남이 얼마나 한심한 지배층인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훌륭한 지배층들은 결코 자신들의 기반을 깨뜨리지 않는다. 과격하게 비유하자면 머슴도 혹독하게 부려먹다 죽어버리면 주인이 손해인 이치 때문이다. 결코 무력이나 금력만으로 사회를 지배하려들지 않는다. 무력과 금력은 긴 역사의 안목으로 볼 때, 쉽사리 이동하는 것이라 항구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는데, 이만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도덕과 가치가 나온다. 적어도 스스로가 사회에 진 빚을 생각해서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것은 더욱 훌륭한 지배층이다.
강남에는 이 모든 것이 없다. 지나친 한나라 일색의 정국이 결국은 나라를 망치는 길임에도(그건 민주당이건, 민주노동당이건 마찬가지다. 일당의 절대적 우위는 이미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켜녕, 환호하고 더욱 더 많은 한나라당 의원을 배출하고자 애쓴다. 사교육비와 집값때문에 죽어가는 서민들에 대한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애정과 연민도 없다. 이들을 능력없는 것들의 발악으로 생각한다면 네번째 문단부터 다시 읽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엘리트로서 한국을 대표하여 세계에 내놓을 만한 문화를 강남이 가지고 있는가? 외국의 2류문화를 1류로 포장해 들어오기 바쁘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기 마련이고 강남도 그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미 한 사회의 엘리트로서 기능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서는 엘리트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트로서의 의무는 저버리면서 특권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이다.
강남이 욕을 먹는 이유는 구한말 사대부들이 욕을 먹는 것이나 일제시대 친일파가 욕을 먹는 것과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구한말 사대부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신분제도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이는 조선사회를 그들 자신들까지도 무너지고 마는 망국의 길로 향하게끔 했다.그래도 조선의 양반들은 나름 가치가 있었고, 만석꾼 집안에서는 나름 흉년에 동네사람들 다 거둬먹여들이는 풍속이라도 존재했다.
일제시대 친일파들은 전형적인 나쁜 지배층의 한 예가 될 것이다. 동족인 것을 떠나서 이웃의 아픔에 무관심한 채, 스스로의 이익에만 골몰했다. 당시 그들도 지금 강남인들과 똑같은 항변을 했다. 시대를 빨리 파악해서 일본이 깔아놓은 근대문명의 레일 위에서 출세를 지향하는 것 역시 능력이며, 그들의 재산과 지위는 이러한 능력과 노력의 산물이다. 나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맞다고 다 동의할 수 있는가?
양극화, 88만원 세대, 절반 이상 비정규직...
이런 동시대인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끝끝내 자신들만의 배타적 이익을 챙기면서, 이에 대한 반대를 못 가진 자들의 열등감으로 몰아붙이는 강남 엘리트라면 그것은 욕을 먹는 것이 지당한 일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에 그치는 것에는 반대한다. 욕 만으로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
강남에서 어떻게 해 주기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건 노예근성이다.
이익 앞에서 무섭게 단결하는 강남주민들의 힘은, 그 목적이 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가치를 향할 때, 비로소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강남주민들을 보면서 분노하고 열받았다면, 바로 이를 우리가 해 내야 한다. 대선부터 시작하여 줄줄이 이어지는 강남에 대한 참패는 단지 패배를 거듭하는 과정이 아니라, 패배를 이겨나가는 과정이기를 기원한다. 제발 다음 선거는 좀 이겨보자 -_-
21세기 대한민국 지배층들에게는 이웃에 대한 연민과 인간적 시선은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왜 우리를 욕하냐고 핏대를 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부끄러움을 느껴봐야 한다.
그렇지 못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얼마나 불쌍한 일인지 대체 아는가.
덧. 서초-송파-강남구 일대의 부유층을 일컫는 말이 흔하게 '강남'으로 통용되는 바, 그냥 그대로 썼다. 강남의 모든 주민들이 부유층도 아니거니와, 강남 부유층들이라고 해서 이해관계 앞에서 모든 인간적 가치를 내팽개치는 사람도 아님을 알지만 편의상 이렇게 쓴다.(김미화씨도 도곡동 타워팰리스 산다...) 한편으로서 개인으로서의 인격과 단체행동의 경우에 나타나는 집체의 일부로서의 인격은 다르다는 것도 변명같지만 올린다. 그런 분들에게는 의미가 곡해되어 전달되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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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은하 | 2008/07/31 23:59 | 우리시대 | 트랙백(4) | 덧글(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