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0일
트라우마 세대, 20대. 겁 먹지마라!
20대 겁먹지 마라 살면 다 살아져 (중앙일보)
◆겁에 질려 있는 이십대=대한민국 이십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들은 “요새 젊은이들은 노회하고 영악하고, 젊음 고유의 패기나 무모함이 부족해 보인다”는 데 동의했다. “이십대와 청춘이 최초로 분리되는 현상이 목격된다. 이제 이십대로부터 분리되어 부유(浮遊)하는 청춘을 부유(富裕)한 칠십대가 전유한다.”(김홍중)
김현진 작가는 이십대가 보는 이십대를 말했다. “가방 끈이나 계급에 상관없이, 좌파 우파에 상관없이 겁에 질려 있다”며 “나보다 시집 잘 가는 애가 있을 거야, 나보다 더 예쁜 여자를 차지할 수 있는 잘난 놈이 있겠지, 이런 식의 겁에 질려 있는데 그건 부모 세대에게 주입받은 욕망”이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진 게 당연하다’는 심리가 있다”고 말하며 “게임의 룰 자체에 대해서 물어봐야 하는데, 지금의 이십대는 게임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IMF라는 간접경험, 불안감은 더 커져=이들은 왜 이렇게 겁에 질려있을까. 백 작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IMF 때 집에 대학생이 세 명이었다. 아버지가 안정된 월급을 받는 선생님이었음에도 당시 가정경제가 거의 무너졌다. 잘 살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살려고만’ 한 것뿐이었는데. 그런 절망을 겪으면서 훨씬 더 현실적으로 계급을 인정하게 됐다.”
김현진 작가는 이십대의 심리를 두고 “가족이라는 방탄조끼를 입고 IMF 경제위기를 맞은 것”에 비유했다. “맞긴 맞았는데 충격은 이차적으로 온 거다. 자기가 직접 맞은 것이 아니라 대리전을 했기 때문에 이 전투의 경험을 다들 엄청나게 오버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우파와 좌파 모두 이들을 이용하려 했을 뿐 실제로 끌어주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그래서 남은 건 결국 대기업과 공무원인데 이젠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춘, ‘처세’가 아닌 ‘불화’를 꿈꿀 때=『20대, 공부에 미쳐라』 『20대, 미쳐야 살아남는다』 등 20대를 타깃으로 한 자기계발서 열풍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십대는 사실 세상과 어떻게 화해하느냐를 생각하기 이전에 세상과 불화하는 시기다.”(김홍중) “이십대가 꿈꿀 수 있는 공간을 자기계발서가 파고들었다.”(우석훈)
우 교수는 “경제도 중요하지만, 문학과 예술을 공부해야 새로운 게 나온다”고 짚으며 “적대적 상호경쟁이라는 관념을 깨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진 작가는 “우리 이십대가 계속 싸워야 하는 것은 무기력감과 패배감” 이라고 말하며 덧붙였다. “공포감을 완화시키는 게 굉장한 숙제다. ‘괜찮아, 안 죽어’ 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래미안에 안 살아도 안 죽고, 자이에 안 살아도 괜찮고, 반지하에 살아도 살아져’, 이런 정신 말이다.”
<임주리 기자>
◆겁에 질려 있는 이십대=대한민국 이십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들은 “요새 젊은이들은 노회하고 영악하고, 젊음 고유의 패기나 무모함이 부족해 보인다”는 데 동의했다. “이십대와 청춘이 최초로 분리되는 현상이 목격된다. 이제 이십대로부터 분리되어 부유(浮遊)하는 청춘을 부유(富裕)한 칠십대가 전유한다.”(김홍중)
김현진 작가는 이십대가 보는 이십대를 말했다. “가방 끈이나 계급에 상관없이, 좌파 우파에 상관없이 겁에 질려 있다”며 “나보다 시집 잘 가는 애가 있을 거야, 나보다 더 예쁜 여자를 차지할 수 있는 잘난 놈이 있겠지, 이런 식의 겁에 질려 있는데 그건 부모 세대에게 주입받은 욕망”이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진 게 당연하다’는 심리가 있다”고 말하며 “게임의 룰 자체에 대해서 물어봐야 하는데, 지금의 이십대는 게임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IMF라는 간접경험, 불안감은 더 커져=이들은 왜 이렇게 겁에 질려있을까. 백 작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IMF 때 집에 대학생이 세 명이었다. 아버지가 안정된 월급을 받는 선생님이었음에도 당시 가정경제가 거의 무너졌다. 잘 살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살려고만’ 한 것뿐이었는데. 그런 절망을 겪으면서 훨씬 더 현실적으로 계급을 인정하게 됐다.”
김현진 작가는 이십대의 심리를 두고 “가족이라는 방탄조끼를 입고 IMF 경제위기를 맞은 것”에 비유했다. “맞긴 맞았는데 충격은 이차적으로 온 거다. 자기가 직접 맞은 것이 아니라 대리전을 했기 때문에 이 전투의 경험을 다들 엄청나게 오버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우파와 좌파 모두 이들을 이용하려 했을 뿐 실제로 끌어주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그래서 남은 건 결국 대기업과 공무원인데 이젠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춘, ‘처세’가 아닌 ‘불화’를 꿈꿀 때=『20대, 공부에 미쳐라』 『20대, 미쳐야 살아남는다』 등 20대를 타깃으로 한 자기계발서 열풍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십대는 사실 세상과 어떻게 화해하느냐를 생각하기 이전에 세상과 불화하는 시기다.”(김홍중) “이십대가 꿈꿀 수 있는 공간을 자기계발서가 파고들었다.”(우석훈)
우 교수는 “경제도 중요하지만, 문학과 예술을 공부해야 새로운 게 나온다”고 짚으며 “적대적 상호경쟁이라는 관념을 깨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진 작가는 “우리 이십대가 계속 싸워야 하는 것은 무기력감과 패배감” 이라고 말하며 덧붙였다. “공포감을 완화시키는 게 굉장한 숙제다. ‘괜찮아, 안 죽어’ 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래미안에 안 살아도 안 죽고, 자이에 안 살아도 괜찮고, 반지하에 살아도 살아져’, 이런 정신 말이다.”
<임주리 기자>
에세이스트 김현진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이 말에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데 이유는 명확하게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서울대생이기에 그런 것일까 하는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더랬다. 물론 이 자괴감조차 답을 명확히 내려주지 못해서 그냥 철회해 버렸지만. 그런데 김현진이 여기서 아주 정확히 지적해 주었다.
'88만원세대'라는 표현이 주는 강렬한 첫 인상. 그것은 공포. 바로 그 점이 싫었다. 비록 이 책이 이전에 아무도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던 20대가 처한 부당한 현실을 설명했다는 큰 의의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환기하기 위해 '공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서술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호러블함이 20대의 현실 그 자체이니까, 호러블하게 쓰는 것이 뭐가 어떠냐는 주장도 가능하다. 공포 역시 나름의 충실한 리얼리즘이라고.
그런데 연대는 결코 공포감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공포감은 그야말로 행동의 의지마저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농민의 도덕경제>의 저자 제임스 스콧은 20세기 초 동남아시아 농민들의 행동양식을 연구하면서, '농민에게 제1의 도덕은 생존이며,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오히려 최대한 위험을 줄이는 극도로 보수적인 생선방식을 선택한다'는 결론을 내었다. 오늘날 공포에 질린 20대와 베트남 소농들의 상황이 오버랩되어 보인다. 물론 스콧의 논의에 따르면 지극히 보수적 생활방식에도 생존이 보장이 되지 않으면 그 다음 수순은 반란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전통적 농촌공동체가 잔존한 상황에서 일종의 '도덕적 원리'가 개입된 선택이었다. 하지만 공동체는 간데없고 각개약진만 강요받는 이 상황에서 공포는 고립된 개인을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20대의 패배감을 해석하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패배감과 싸워서 이겨내는 일이다. 이 대목에서 김현진의 말이 시큰하게 와 닿는다.
괜찮아, 안 죽어.
래미안에 안 살아도 안 죽고, 자이에 안 살아도 괜찮고,
반지하에 살아도 살아져.
언젠가 대화 도중, 나는 신혼집을 원룸에서 시작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까 봐 말을 꺼내지 못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환경과 경험의 영향일 수 있다. 별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반지하 단칸방에서 생을 시작했고, 그 곳에서 10년 동안 잘 살았다. 나에게 단칸방이란 경험하지 못한 현실이 아니라 나름 추억이 담긴 현실적 공간이다. 물론 기왕이면 좋은 집에서 사는 게 편하고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형편상 단칸방에 살더라도 나름 또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게 10년도 살았잖아.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잖아. 그리고 이제 갓 독립한 신혼부부가 돈 없는게 당연하잖아.
물론 부모님 세대와 달리 제로의 출발점에서 쉽게 상승하지 못하게 된 사회현실의 변화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단칸방 생활 자체에 대한 경험없는 막연한 공포와 이를 비루하게 느끼는 감성은, 지난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의 과거에 대한 모독, 누군가의 현재 삶에 대한 폭력이다. 특히나, 어느 순간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가난한 아빠'의 초라함으로 전락시킨, 부자아빠 너 말이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 평생 단 한 번도 단칸방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단칸방 생활에 대한 공포가 나보다 훨씬 더 클 거 같다. 그것이야말로 리얼리즘과 동떨어져 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삶에 대한 막연한 공포. 그리고 이를 조장하는 한국식 천박한 자본주의. 그러니 바리케이트와 짱돌은 켜녕 토익책 속에 파묻히거나, 아니면 아예 인생을 포기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되기 십상이지만. 이 공포도 진짜 리얼리즘으로 봐야 할까? 내 생각에는 거품이 굉장하다. 그것도 축 처진 어깨를 더욱 짓누르는 무거운 거품이.
한 번도 단칸방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과장된 공포를 비웃지만, 그렇지만 나 역시 본질적으로 다를까 싶다. 내가 느끼는 이 시대에 대한 공포 중 경험적 적합성이 있는 게 얼마나 되냔 말야. 그리고 방탄조끼를 입고 IMF를 경험한 88만원 세대의 공포란 사실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용어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으로 스스로는 결코 불안감과 무기력에 찌든 '88만원 세대'가 아니라고 한사코 우겨왔지만, 오늘 이거 읽고 백기투항하고 말았다. 네 그래요. 저 88만원 세대 맞았어요. 잘난척 안할게요. ㅠㅠ 하지만 다음부터는 당당하게 말할게요. 아, 물론 단칸방보다야 아파트가 좋아. 하지만 단칸방에서 살아도 안 죽어. 그렇게 살게 된다면 어쩌겠어. 거기서 당당하게 인생을 설계해 나가야지.
다시금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20대의 패배감을 해석하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이 패배감과 맞서 싸워 이겨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포의 거품부터 빼는 게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야 거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볼 수 있다. 거창한 건 아니고, 어쨌거나 세상에 맞서야 겠다는 악 혹은 깡.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 우리에게 생존의 명령을 내리는 공동체의 힘.
문학과 담론에서 새로운 변화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진실성이란, 이 시대의 아픔과 상처를 독하게만 파들어가는데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태백, 사오정, 청년실업 100만 시대, 88만원 세대. 트라우마 세대. 모두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지만, 카피라이팅으로 결집된 막연한 공포는 막연한 희망 만큼이나 해롭다. 그리고 인간이 생각보다 끈질기다는 또 다른 진실도 있지 않는가. 괜찮아, 안 죽는다니까. 그쵸? 의외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거, 얘기해줘서 진짜 고마워. 현진언니.
# by 은하 | 2008/11/20 11:57 | 우리시대 | 트랙백(1) | 핑백(1) | 덧글(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