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5월 21일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 관전평
심상정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발음, 카메라응시, 전달력에서는 단연 최고. 그러나 -에, -그, -저와 같은 불필요한 추임새를 자주 사용한다. 확실히 평소보다 더 긴장했다.
예의 논리적이지만, 현실과 와 닿지 않는다. 경기도 내의 구체적 현안에 관해 말하지 않고, 신자유주의, 교육 등의 거시담론에 관해 익숙한 논리대로 주장을 전개한다.
핀란드 교육은 2008년 총선 이후 약발이 다해보인다. 세부적으로 돌파해야 할 난점들을 하나도 돌파하지 않았다. 대중은 '핀란드식 교육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한국 현실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 알기를 원한다.
피부에 와 닿는 비유, 일상에 대한 날카로운 포착, 이 부분은 확실히 아직까지도 노회찬이 더 낫다.
오늘의 심상정은 간만에 정치인 같지 않았다. 운동권 같았다. 살아 숨쉬는 현실이 아니라, 몇 번이고 우려서 이미 질릴대로 질린 이론을 자신이 질려버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들고나온 오래된 운동권 같았다. 그녀의 피로가 느껴진다. 그녀도 당 내에서 정책대결을 펼칠 라이벌이 있었더라면.
유시민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몇 개 던졌다.
김문수
비교적 선방. 현역의 이점을 십분 발휘. 심상정과 달리, 도내 구체적 현안, 상황, 수치 등을 꿰고 있었고, 그러한 근거들에 바탕으로 한 주장은 쉽게 이해됐다.
프레임을 선점하거나, 토론을 자기페이스로 끌고들어가는 능력은 부족하다. 유시민에게 몇 번 말렸다. 중국 및 싱가포르와 비교하면서 전개한 규제완화에 대한 입장은 논리적으로 허술했으나 누구도 그 빈틈을 치고들어가지 못했다.
목소리, 어조, 톤 등은 무난. 푸른색 넥타이 선택 굿. 반격에도 차분하게 대처했으나 오세훈과 비교해보면 다소 감정이 느껴진다. 김문수가 아쉽다기보다는 오세훈이 굉장히 무서운 놈이란 의미.
전반적으로 새로움이 없었다. 유시민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유시민
이마가 저렇게 넓었었나. 얼굴은 생각보다 초췌하고. 저 놈의 노란 리본. 적당한 유머와 적당한 까칠함과 적당한 날카로움으로 자신을 잘 다듬었다. 단순히 TV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패널. 역시나 그는 TV체질.
토론을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가는 힘이 강하다. 상대방의 약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답변을 회피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갔으나, 공격의 순간에는 주저하지 않았다.
최대한 중앙정치를 많이 언급했다. 노풍을 등에 업어야 하는 유시민으로서는 당연한 일. 4대강과 경기도 이슈를 연결지은 정도, 4대강 관련 김문수의 반격을 격파한 대목, 천안함 문제에 대한 선제적 공격 등 모두 괜찮았다.
영산강, 새만금 역시나 이 부분에서는 취약하다. 심상정이 던진 질문에 다소 주춤했다. 복지 부분에서는 선방했다.
어조, 톤, 분위기 등은 의외로 김문수와 큰 차이가 없었다. 캐릭터의 충돌이 이뤄지지 않았다. 몇 번 논쟁의 순간이 있어도 전반적으로 토론회가 박진감있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까.
분당을 했어야 했을까, 지금도 드는 의문. 그러나 분당을 해서 얻은 최고의 효과는 '분당을 해야만 해, 갈라서야 해'라는 고민으로 부글부글 번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함께 했었다면 민주당과의 공조를 둔 내부 투쟁을 보면서 속을 부글부글 끓이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진보신당의 두 에이스는 덜 지쳤겠지.
전반적으로는 판세예측 불가능.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한나라당 다소 우위. 한명숙은 결코 오세훈을 꺾을 수 없다. 그녀가 얼마나 자멸할 것이며, 그 틈을 노회찬이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지의 문제다.경기도는 지켜봐야 알 것이다. 유동층이 젊은층이고 이들은 북풍에 그닥 영향받지 않는다. 유시민의 인기도 높다.
2006년 조성된 지역정치 한나라당 독주 정국은 깨질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혼선. 충남에서 안희정이 1위, 대전에서는 자유선진당 대표가 1위. 경남에서 김두관은 과연 일을 낼까. 의외의 결과 강원도. 최악과 차악의 싸움 제주. 특별자치도랍시고 갑자기 규제 풀고, 지역에 이권이 몰려들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쪽은 우근민이지. 현명관은 이런 구조적 문제라 한다면, 성추행 우근민은 품성의 문제니까. 충북은 워낙 예측하기 힘든 곳이지만 정우택이 연임하지 않을까 한다.
서울-경기 지역의 정치적 패권화 현상은 계속된다. 서울시장-대통령 코스가 안착하는 것은 장차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큰 근심이 될 것이다. 서울 산다는 것은, 5년, 10년 후 대통령을 미리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 그리고 그렇게 대통령이 된 자의 세계관에서 서울은 어떤 비중을 차지할 것인가. 전형적 농촌 베이비부머감성인 MB보다 전형적 도시남자 오세훈이 그 점에서 더 위험하다. 이 문제를 걱정하는 세력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진보건, 보수건 서울은 대선 단기 코스로 반드시 승부를 보아야만 하는 곳.
하지만 디스토피아적으로 상상한 미래. 수도권만의 공화국. 60% 인구가 나머지 40%를 정치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나라. 이대로 8년 후라면 그 비율은 80%와 20%가 될 지도 모른다. 재력과 학력과 문화자본의 격차도 정확히 그 쯤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풀어야 할 숙제다.
어떤 식으로든 진보신당은 패배를 맛볼 것이다. 희망도 절망도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누군가의 젊음은 그 안에 바쳐질 것만은 확실하다.
한 때는 서노련 동지였던 이들이 제각기 다른 위치에서 토론을 벌였다. 그 누구도 변절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80년대란 그런 시대였을 것이다. 다만 우리 사회는 특정 위치에 선 사람에게 더 가혹한 시련을 요구한다는 것. 21세기가 되어도 변함이 없다.
# by 은하 | 2010/05/21 03:12 | 우리시대 | 트랙백(1) | 덧글(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