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08월 28일
회손녀 단상.
베이징 올림픽이 한창이던 와중, 인터넷은 '회손녀 사건'으로 떠들썩해진 적이 있었다.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 선수의 미니홈피에 달린 악플을 보고 네티즌들의 작성자의 싸이를 찾아가 항의했는데, 오히려 이들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하며 심지어 여자에게 창녀라 욕하는 것과 같은 뉘앙스로 '위안부' 운운하는 폭언을 터뜨려, 네티즌들과 그녀 간의 대 전쟁이 벌어졌던 것이다. 회손녀라는 이름은 싸움 와중에 그녀가 네티즌들을 명예'회손'으로 고발하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생긴 별명이다. 결과는 회손녀의 완패다. 자신의 미니홈피가 털린 것은 물론, 그녀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그녀가 다니는 학교 홈페이지마저 공격으로 다운된 것이다. 사진 및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뿌려진 것은 두말할 나위없는 일이다. (이 와중 아프리카 TV가 중계하는 가운데, 회손녀와 네티즌들의 PC방 현피도 추진되기도 했다. 물론 실현되지 못했지만-_-) 더욱이 이 때문에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 그 학교 학생들까지 피해를 보기에 이르렀다, 회손녀는 결국 사과문을 올리게 되기까지 했지만, 학교에서는 그녀를 징계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한 중평은 물론 회손녀의 잘못이 애초에 발단이 되었지만, 그녀를 떼로 단죄하는 네티즌들 역시 옳지 않다는 것이다. 논쟁 과정에서 회손녀의 욕설은 차마 입에 담았다가는 내 입이 더러워질 거 같아 말을 못하는 욕설이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이 모든 것은 회손녀와 왕기춘 선수 개인 간의 일이고, 제 3자가 나설 일이 아니며, 특히나 남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함부로 유포시키는 행위 역시 범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개똥녀 사건이나 아프간 피랍사태 때 익히 본 바 있는 인터넷 마녀사냥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파시즘적 사고방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회손녀 사건은 앞선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 해프닝을 파시즘의 전조로 보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우선 개똥녀사건은 인터넷 바깥에서 벌어진 일이 인터넷 공격으로 이어진 일이었지만, 회손녀사건은 철저히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다. 따라서 회손녀 사건에서 인터넷은 단순히 집단의 분노를 마음껏 분출할 수 있는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애초에 문제 자체가 인터넷 속에서 생성되고 존재한다. 따라서 이 문제를 규정하고 해석할때 인터넷 룰을 적용시키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두번째 차이점을 지적할 수 있다. 회손녀 사건은 단순히 왕기춘 선수와 회손녀 간의 사적 문제가 아니다. 여럿이 방문하는 인터넷게시판은 미니홈피와 같은 사적영역이라도 반쯤은 공적공간일 수 밖에 없으며, 인터넷에서 특정대상을 향한 언어폭력 역시 만인이 눈뜨고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만인에 대한 폭력이 되고 만다. 나에게 하는 욕이 아니라도 길가다 쌍스러운 욕이 들리면 기분이 나쁘기 마련인데, 인터넷에서 멋대로 배설해놓은 욕은 항시 그 공간에 남아있어 다른 사람에게도 불쾌감을 주는 것이다. 특히 회손녀의 욕설은 같은 인터넷 방송 시절 김구라 이상으로 여성에게도 상당한 모욕감을 주기에, 명예훼손이라 하자면 이를 우연히도 보게된 다른 네티즌들이라고 할 말은 있다. (그 여자는 자기도 여성인 주제에 왕기춘 선수를 욕할 때에도 꼭 '년'이라 하더라...) 싸이월드 방명록에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홈피를 노출시키고 낯선 이들이 여기에 찾아오는 것도 감내하겠다는 이 세계(인터넷전체가 아니다. 실명제인 싸이월드 말이다)만의 룰을 암묵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개개인은 자신이 책임질 만한 수준에서 글을 써야 하는 것이며, 그게 싫으면 쓰라고 만들어진 게 비밀이야다. 물론 1촌 아니면 못 비밀이야는 안 되지만, 애초에 화를 불러올 거 같은 글이면 쓰지 말거나, 그 화를 감당하거나 네 알아서 하라는 것이 바로 이 시스템의 핵심이다. 그런데서 생판 남인 왕기춘 선수 싸이에 가서 악플을 도배질했으면, 자기 싸이에 항의방문이 이어지리라는 것은 본인도 알고 한 행위나 다름없다. 앞서 말한대로, 회손녀의 욕설을 보고 분노와 수치심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네티즌들이 항의방문을 했고, 이에 회손녀는 더 심한 욕설을 자행함으로써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해도 이는 결국 쌍방의 합의 하에 일어난 그들만의 룰을 적용해야 하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일부러 싸이월드에서 실명으로 악플을 늘어놓아 항의방문객을 늘리면서 자신의 싸이 조회수를 늘리고 싶어하는 이상한 사람들은 도처에 존재한다. 이러한 세계이기에 또한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는 룰도 나오는 것이다. 여하간에 이는 바로 그러한 룰을 적용한 게임. 수많은 네티즌들을 낚은 낚시왕이 되느냐, 인해전술에 털리고야 마느냐. 애초에 그 판을 깔아놓고 명예'회손'이니 운운하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며, 이를 보며 파시즘을 우려하는 것은 너무도 낯간지러운 해석이 아닐까 싶다. Why so serious? 이건 그냥 찌질이들의 게임이다. 회손녀는 자기가 벌린 판에서 졌을 뿐이다. 하지만 난 이 사건에도 serious한 부분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회손녀가 일말의 동정을 받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네티즌들의 행동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양비론적으로 비판할 생각도 없고, 네티즌들의 광기에 우려를 표하고 싶지도 않다. 문제는 회손녀 사건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게 되는 환경이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단 한명이 지껄인 언어폭력일지라도 이를 본 불특정다수에게 모두 해악을 끼치지만, 가해자는 결코 제재당하지 않는다. (알다시피 대부분 포털의 신고기능은 상당히 늑장대책에다 부실하기까지 하다) 에이 그냥 똥밟았네 하는 심정으로 가야만 하는 지나가는 사람이 참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이러한 경험은 인터넷 세계에서 정의의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다. 철저하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세상에서 '윤리'와 '도덕'의 호소력은 한없이 우습기만 하다. 회손녀에게 말린 우리의 찌질한 네티즌에게 근엄한 비판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회손녀사건은 개똥녀사건보다는 인터넷의 무수한 악플들과 더 닮았다. 어떤 녀석이 '절라디언' 운운하며 씨부려놓고, '한국여자'운운하면서 갈겨놓는 상황에서 결코 '어차피 찌질이들의 악플이기 때문에 그냥 비웃고 넘어가라'며 감정이 상하는 것 자체를 막을수는 없다. 권력관계의 약자들을 그대로 후벼파는 비열한 공격이기 때문이다. 넘어가자니 억울하고 괘씸하고, 응대하자니 찌질해지는 이 룰이 적용되는 세계에서, 기꺼이 찌질해지는 용자들을 보면 가끔은 시원한 것도 어쩔 수 없다. 포르노 광고도 얼핏 비슷하다. 다음 세계엔 게시판에서 아가들 사진이나 볼까~하다가 확 떠버리는 포르노 광고에 화가 치미는 것은 나 뿐이 아닐테지만, 결국 손해보는 건 우리들이다. 포르노 광고를 올린 사람은 그 어떤 처벌도, 제재도 당하지 않는다. 거의 살포되다시피하는 포르노광고가 공익적 해를 미치는 게 명백한데, 이 또한 공식적으로 아무런 제재방법이 없다. 개인의 인격을 수양하거나. 만약 걸린다면 다구리 하거나. 인터넷은 경찰없이 개개인들이 문단속 잘하는 것 외에 답이 없는 범죄도시같다는 느낌이다. 이런 경우 흔히 좀도둑이 걸리면 동네주민 전체에게 흠씬 두들겨맞기 마련. 다구리 문화는 찌질하지만, 정의를 실현할 공식적 장치가 없으면 결국 내가 곧 정의다로 시작되는 다구리문화가 나올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여기서 다구리는 어떤 면에선 피해자들의 최후 수단이기도 하다. 이 현기증나는 인터넷 공간에서 어떻게 가치를 합의하고 실질적으로 개개인의 '보기 싫은 걸 보지 않을 권리', '뜻하지 않게 모욕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이 환경에서 도덕과 윤리로 다구리를 비판하는 것은 너무나 무력하다. 오늘도 게시판 하나 무심코 클릭했다가, 제목과 달리 아주 엽기적이고 기분나쁜 사진 하나가 제대로 안구를 할퀴고 지나갔다. 어설픈 악플보단 무플이 미덕이라 아무짓도 안 하지만, 누가 이 새끼 밟아서 떡이 되도록 다져놓는 쪽이 더 시원하긴 할텐데 말이다. 애초에 보지 않을 권리가 없다면 사후복수의 권리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전자가 실현되지 않으면 사람의 심리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2008년 08월 15일
![]() 이런 완벽한 상하대비를 보았나 -_-;; 2. 원래 나이가 들면 정치와 사회에 관심이 생기는 것인가. 원래 기성세대들이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았기에 관심을 갖는건가. 지금 30대나 20대나 자라난 환경은 거의 비슷한 거 같은데. 지금 30대도 20대였을 때는 연예뉴스를 주로 보았을까(...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니 포털이 뉴스 공급한 지 얼마 안 되는구나-_-;;), 지금 20대가 직장갖고 나이들면 자연히 정치,사회뉴스를 보게 될까. 이런 것들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3. 4,50대관심 뉴스, 평소엔 안 이랬는데, 박정희의 자제분들이 싹쓸이해가다니.
2008년 08월 12일
2008년 08월 12일
한 치의 빗나감도 없었다. 비바람에도, 관중들의 야유에도 굴하지 않고 정확하게 골든존에만 화살을 꽂아넣는 한국양궁선수들에게는, 일종의 신기(神氣)마저 느껴졌다. 그렇게 한국 단체 양궁팀은 여자 올림픽 6연패, 남자 올림픽 3연패의 놀라운 기록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따 냈다. 국내의 환호성은 물론, 전세계 양궁계의 경이어린 시선 속에서, 베이징 하늘에는 애국가가 울려퍼졌지만, 나에게는 그 순간에 영화 <괴물>에 나오는 배두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 ||||||||||||